“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릅니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합니까?”
서울 마포구가 지역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SNS(사진)를 통해 말한 내용입니다.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마포구 내 공공시설 유휴부지 4곳에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하자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정 의원은 “주민들과 마포구청,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나”라며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그냥 따라오라는 이런 방식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정 의원의 주장대로 마포구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걸까요. 확인해봤습니다. 우선 8?4 공급대책에 포함된 마포구 내 부지는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상암 자동차검사소(400가구), 상암 견인차량보관소(300가구)입니다. 특히 상암DMC는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 개발을 추진하다 한 차례 틀어진 곳이죠. 이런 알짜 부지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지역주민들의 반감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상암DMC 부지의 경우 분양을 중심으로 공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파트만 짓는 것도 아닙니다.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업무시설도 공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체 연면적의 절반 이상을 업무 및 상업시설로 채우고, 아파트 2000가구도 공급할 계획”이라며 “서울시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이나 임대물량은 20~3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부지들도 임대아파트 공급 비율이 30%대일 것이라고 합니다. 60~70%가 일반분양과 공공분양 물량이니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는 주장이 맞다고 볼 순 없습니다. 신규택지에서 공급되는 임대아파트 비율은 정청래 의원이 밝힌 상암동의 임대비율보다 훨씬 낮습니다. 오히려 4곳의 부지에서 총 6200가구가 신규 공급되면 상암동의 평균 임대비율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물론 6200가구 중 30%면 1860가구이니 이 역시 적은 규모는 아닙니다.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주장은 어떨까요. 확인결과 이 부지들을 후보지로 추천한 건 서울시였습니다. 부지 4곳 중 자동차검사소를 제외한 3곳 모두 서울시가 소유한 땅입니다. 자동차검사소는 국토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소유 부지입니다. 즉, 서울시가 소유부지를 국토부에 제안한 뒤 신규택지로 확정되는 과정을 거친 것이죠. 이 과정에서 마포구의 의견을 들어보는 절차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대통령 지시로 주택공급확대TF 출범한 뒤 한 달 만에 공급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총 22곳의 신규택지에 대한 지역의견을 수렴하는 건 시간여건상 쉽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공급대책으로 인해 반발하는 곳은 마포구뿐만이 아닙니다. 태릉골프장(1만가구)이 있는 노원구와 정부과천청사 부지(4000가구)를 품은 과천시도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 지역 내 금싸라기 땅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순 없는 것이죠. 정부도 이런 점을 모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당초 시에서 원한 공원과 R&D센터와 같은 자족시설을 담아낼 수 있도록 과천시와 협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신규택지들도 지역구의 의견을 듣고 이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업계획에 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8?4 공급대책은 이제 막 닻을 올린 것이니까요.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 입주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길 기대해봅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