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 등 3대 경제지표가 동반 상승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를 뚫고 경기가 반등하리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31일 “경기지표 개선 조짐이 뚜렷해져 3분기 경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6월 경기지표 개선은 4~5월 부진이 심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커서 1개월치 통계만 보고 샴페인을 터뜨리긴 이르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 경제의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수출은 최근까지도 전년 동기 대비로는 두 자릿수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주요국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하반기 국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개선 수준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가장 고무적인 부분으로 산업생산의 반등을 꼽았다. 1~5월 내리 감소했던 산업생산이 6월 4.2%(전월 대비) 증가로 전환했다. 그간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제조업도 6월 생산이 7.4% 늘었다. 자동차(22.9%)와 전자부품(13.7%)의 증가폭이 특히 컸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며 멈춰섰던 공장이 속속 가동하고, 6월 수출 부진이 완화된 덕분이다. 제조업 가동률은 5월 63.4%에서 6월 68.3%로 뛰었다. 수출액 감소율은 5월 23.6%에서 6월 10.9%로 줄었다. 이 영향으로 제조업 수출 출하(기업에서 제품을 출고하는 것)가 같은 기간 -7.0%에서 9.8%로 반등했다.
생산 증가는 투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6월 설비투자는 5.4% 증가했다.
소비자도 지갑을 열고 있다. 소매판매는 4월 5.3%, 5월 4.5%, 6월 2.4% 등 3개월 연속 증가했다. 통계청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부양 대책의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 반등을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제조업생산이 전월 대비 크게 증가한 건 4~5월 부진이 심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아직 마이너스”라고 했다. 전년 동월 대비 제조업생산은 6월도 0.4% 감소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커서 수출이 회복돼야 의미있는 경기 반등을 할 수 있다”며 “주요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아직도 심해 하반기 수출 회복과 경기 반등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수출은 7월에도 20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8% 줄어드는 등 4개월째 두 자릿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