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껑충 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가 딜레마'

입력 2020-07-28 17:31
수정 2020-07-29 11:18
내년 상장을 노리는 백신 개발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몸값’ 책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그룹 내 바이오 맏형인 SK바이오팜보다 가치를 높게 잡는 것은 부담스럽고 반대로 낮게 잡았다가는 ‘로또’ 공모주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어서다.

이 회사는 최근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각각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상장 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반년 정도 앞당긴 내년 상반기다.

SK바이오팜의 흥행 성공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최대한 속도를 내기로 했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회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호재가 됐다.

투자은행(IB)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 가치를 3조원 이상으로 평가한다. 국내 1위 백신 개발사인 녹십자(약 2조8000억원), DNA 백신 개발사 제넥신(약 3조원)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것이란 얘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부문에서 후발주자지만 최근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맺은 코로나19 백신 수탁생산(CMO) 계약 덕분에 기업 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했다.

하지만 먼저 상장한 SK바이오팜 때문에 가치 산정 작업이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바이오팜은 당초 5조원대였던 몸값을 3조8000억원으로 낮추고 주당 공모가도 예상보다 낮은 4만9000원에 책정했다. 그 결과 상장 이후 주가가 최고 26만원대로 치솟았다. 공모가에 우리사주를 받은 일부 임직원은 차익 실현을 위해 사직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SK바이오팜의 선례로 볼 때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가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어떤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SK바이오팜과 비교하면 고평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사는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사보다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에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SK플라즈마 등 SK그룹의 제약바이오 부문의 상장 대기 주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