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다음주 중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방조 혐의 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황윤정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다음주 서울시에 대한 현장 점검을 이틀 정도 진행할 것”이라며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가 함께 나가 현장 고충 처리나 상담실태 등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번 현장점검은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나 고충처리·상담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됐는지, 재발방지 대책이 어떻게 수립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의 실행 방식과 직원 참여 여부, 조직 내 2차 피해 상황 등에 대해 서면·면담조사도 실시한다.
현행 양성평등기본법은 여가부 장관이 국가기관 등의 성희롱 방지조치에 대한 점검을 매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점검 결과 성희롱 방지조치가 부실하다고 인정되는 국가기관에 대해선 관리자 특별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돼 있다.
다만 여가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고 황 국장은 설명했다. 서울시의 위법·부정 행위 등을 발견하고 조사·수사권을 가진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에 대해 여가부 장관이 관련자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여가부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양성평등법과 폭력 예방 지침 등을 계속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진기관’으로 분류해 제재하는 정도다.
황 국장은 “지난주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 후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범정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위계·위력 관계에서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신고를 원활히 하고 피해자가 일상 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이 주된 내용일 전망이다.
그는 이번 사건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멈춰줄 것을 호소한데 대해선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2차 가해 부분보다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과 국민을 대상으로 2차 가해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인식개선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최근 국회에 접수된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에 대한 동의 인원이 10만명을 넘겨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것과 관련해서도 처음으로 입장을 냈다. 최성지 여가부 대변인은 “(비판 의견은) 여가부의 역할과 정책에 대한 더 큰 기대감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가부의 기능과 다른 기관과의 협업체계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더 많은 국민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