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진도도 다 못나갔는데 기말시험…내신 포기해야 하나"

입력 2020-07-21 15:34
수정 2020-07-21 15:3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사 일정이 촉박해진 탓에 고교생들의 1학기 수행평가, 기말고사 등 내신관리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원격수업의 장기화로 학생들간 성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어 향후 대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다수 고교가 이번 주부터 8월 첫째 주 사이 기말고사를 치를 계획이다. 평소라면 여름방학에 들어간 시기지만 코로나19로 등교개학이 5월 20일까지 밀리면서 중간·기말고사 일정도 크게 미뤄졌다. 빠듯해진 학사 일정으로 다수 학교들에서는 수행평가와 기말고사 준비기간이 겹치면서 교사와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교육부가 이른바 ‘부모찬스’ 논란으로 과제형 수행평가를 폐지하면서 대다수 학교가 조별과제·발표형으로 수행평가를 치러야 한다. 격일, 격주로 등교하는 고 1·2 학생들은 등교일에만 수행평가를 몰아서 치를 수밖에 없다보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이같은 학생 부담을 덜기 위해 수행평가 반영비율을 기존 30~40% 수준에서 20%대까지 낮췄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서울 소재 일반고에 다니는 한 고2 학생은 “등교하는 날은 수행평가를 4~5개씩 몰아서 치러야 하기 때문에 기말시험에 대비하거나 선생님에게 질문할 시간과 여력도 없다”며 "수행평가에 치이다보니 EBS 원격수업은 아직 시험범위까지 다 보지도 못해 올해 내신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격수업을 병행중인 고 1·2 학년들의 경우, 원격수업을 하면서 학생마다 수업 이해도가 달라 등교수업에서 보충수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서울 소재 사립고의 수학교사 A씨는 "EBS 영상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명목상 진도는 이미 나갔지만, 실제 학생들의 이해 수준이 절반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학생 간 성적 격차도 벌어지면서 기말고사 난이도를 놓고 학교도 고민에 빠졌다. 상위권 학생들은 학원수업 등으로 비교적 성적 유지가 잘 된 편이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치러진 6월 모의평가 영어영역의 경우 1등급 비율은 8.7%로 2020학년도 수능 1등급 비율(7.4%)보다 늘어났지만, 5등급 이하 비율도 올해 모평에서 작년 수능(36%)보다 10.5%포인트 더 늘어난 46.5%로 집계됐다. 서울 배재고의 한국사교사 B씨는 “중간고사 결과를 보면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만이 아니라 사회탐구 같은 영역에서도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들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며 “시험을 쉽게 내자니 상위권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어렵게 내면 중·하위권 학생들 성적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