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주스, 콜라 사이다만큼 치아 건강에 해롭다"

입력 2020-07-21 13:00
수정 2020-07-21 13:08

오렌지 주스가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만큼 치아 부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과 서울대 치의대 등의 자문을 받아 이같은 연구성과를 내 국제학술지 '생물의학 소재의 기계적 거동 저널(Journal of the Mechanical Behavior of Biomedical Materials)'에 실었다고 2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콜라, 사이다, 오렌지 주스가 치아 부식과 연성(물러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원자현미경(AFM)으로 관측했다. 원자현미경은 나노미터(㎚·100만분의 1 밀리미터)크기 탐침과 시료 표면 사이 존재하는 원자간 힘(Atomic Force)을 이용해 시료에 대한 3차원 영상을 얻는 첨단 장비다.

원자현미경은 초미세 시료의 부식도와 탄성계수를 측정할 수 있다. 부식도는 통상 표면 돌기의 골과 마루 사이 거리로 표현하는데, 이 거리가 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경우엔 원자현미경을 쓰지 않으면 미세한 부식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탄성계수는 물러짐 정도를 대변하는 지표다. 탄성계수가 높을수록 일정 크기의 변이를 일으키는 데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탄성계수가 줄면 물러진 것으로 본다.

연구팀은 치아 법랑질(에나멜)이 세 음료에 노출됐을 때 노출 시간에 따라 법랑질 표면의 변화 과정을 분석했다. 콜라는 코카콜라, 사이다는 스프라이트, 오렌지 주스는 미닛메이드 브랜드를 사용했다.

치아를 이들 음료에 노출시켰을 때 초기 5분간 부식도는 콜라가 75㎚, 사이다와 오렌지 주스가 각각 55㎚와 50㎚로 확인됐다. 사이다와 오렌지 주스간 부식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흠집이 난 치아의 경우 정상 치아보다 부식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도 발견됐다.

치아 물러짐은 세 음료가 동일했다. 세 음료에 치아를 10분 노출시켜보니 탄성계수가 일제히 노출 전 100 기가파스칼(GPa)에서 10 기가파스칼로 곤두박질쳤다. 10분 후 치아가 10배 이상 물러졌다는 뜻이다.

홍 교수는 "세 음료를 실제 마실 때 부식 정도는 구강 환경이나 침 등에 따라 이번 연구결과와 다를 수 있다"면서 "장시간 이들 음료에 치아가 노출되면 부식과 물러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쳐 2017년 KAIST에 부임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