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주식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 한국과 미국 등에서는 성장주들의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비대면 테크주, 전기차주, 바이오주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식품주, 가구주 등도 수혜주 대열에 합류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업종이 주류다.
코로나19가 술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놨을지 주가로 살펴봤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빠른 회복을 보여준 한국과 중국은 ‘술 권하는 사회’임을 입증했다. 주요 종목 주가가 작년 말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과 유럽은 회복이 더디다. 이는 글로벌 주류시장 시가총액 순위 변동으로 이어졌다. 칭따오 116% vs 인베브 35%먼저 한국의 대표 주류업체 하이트진로. 이 회사 주가는 작년 말 2만9000원 선이었다. 코로나19 폭락장에서 2만1700원까지 빠졌던 주가는 지난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기에는 집에서 마시는 수요가 주가를 받쳤다. 코로나19가 주춤해지자 판매량이 급속히 늘며 주가는 4만원대에 안착했다. 테라와 진로이즈백의 높아진 시장점유율 덕이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하이트진로 주가는 연초에 비해 45.86% 상승했다. 3월 말 저가 대비 상승률은 95%에 육박한다.
중국 술 중에는 칭따오와 우량예, 마오타이 등이 이름값을 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칭따오 브루어리는 59.82%, 이빈 우량예는 54.42%, 구이저우마오타이주는 39.31% 올라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반등장(3월 19일 이후)에서도 한국과 중국 기업이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칭따오(116.32%)와 우량예(101.15%)는 주가가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에서 빠져나와 소비가 회복되자 ‘술 주식’이 수혜주로 지목된 영향이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약세버드와이저, 스텔라아르투아로 유명한 벨기에의 앤하이저부시 인베브 주가는 작년 말과 비교하면 35% 정도 낮은 수준이다. 폭락장의 충격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25.29%), 네덜란드 하이네켄(-11.67%), 영국 디아지오(-12.01%) 등도 마찬가지로 연초 수준에 못 미친다.
한국 중국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느리다. 매출이 일어나는 지역이 다양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앤하이저부시 인베브, 하이네켄, 디아지오 등은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모든 대륙에서 영업하고 있다. 글로벌 통계 회사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세계 주류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10.3% 줄어든 1조3714억달러(약 1652조원)로 전망된다.
이런 기업들과 달리 우량예 칭따오 마오타이 하이트진로 등은 매출의 90~100%를 자국에서 올리고 있다. 장지혜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중국 주류업체들은 4월 이후 술 생산량이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중국 소비자들이 여행 대신 고가 주류를 소비하면서 2분기부터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반면 대부분 글로벌 주류업체는 올해 말까지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구이저우마오타이주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6.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앤하이저부시 인베브 영업이익은 21.4% 줄어들 전망이다.
주류 기업의 주가 변동은 시가총액 순위 변화로 이어졌다. 작년 말 시가총액 202조원으로 구이저우마오타이주(약 256조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던 앤하이저부시 인베브는 시가총액이 반토막 나며 3위로 내려앉았다. 디아지오도 4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7개월 새 시가총액이 89조원에서 137조원으로 1.5배로 증가한 우량예가 2위로 올라섰다. 중국 백주 어디까지 가나중국 백주 기업들의 주가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구이저우마오타이주는 지난 4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제치고 글로벌 음식료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중국공상은행을 제치고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우량예도 시가총액 10위에 들었다.
하지만 이런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구이저우마오타이주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부패에 연루된 기업이라고 비판하면서 주가가 7.90% 하락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