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오른 최저임금, 이젠 결정체계 확 바꿔야

입력 2020-07-14 18:02
수정 2020-07-15 00:14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시간당 8720원으로 정해졌다. 어제 새벽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간 팽팽한 대립 속에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인상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9표, 반대 7표로 통과시켰다. 공익위원안에 불만을 가진 민노총과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이 모두 표결에 불참했고, 사용자위원 2명도 퇴장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막판까지 노사 대립으로 진통을 겪다 어렵사리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이다.

내년 인상률이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다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로 기업 줄도산 우려가 커졌음에도 또다시 인상기조를 이어갔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을 32.8%나 끌어올린 뒤여서 더 그렇다. 인상률이 낮다고 해도 최저임금의 절대수준이 높아진 상태여서 기업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오르는 근로자는 408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 영세사업장 근로자다. 지금도 최저임금조차 주지 못하는 영세기업이 15%를 넘는데 또 올리면 ‘잠재적 범죄기업’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번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갈등과 대립을 부르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거대 노조단체와 사용자단체가 협상을 벌여 결정하는 형태다. 그렇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선상에 놓이는 소상공인이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영세사업장 근로자, 취업문이 더 좁아지는 청년 등의 이해가 반영되기 어렵다. 최저임금이 경제상황이나 기업의 지급능력과 무관하게 매년 관행적으로 인상되는 이유다.

차제에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선한다면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8개국은 법정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없다. 산별 임금협상 과정에서 최저수준을 정할 뿐이다. 영국은 전문가위원이 건의하면 정부가 수용하는 형태이고, 일본은 거시변수를 기반으로 산업별·지역별 생산성을 고려해 차등 결정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경제성장률 등 거시변수를 토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할 때다. 지역별·업종별 차등화도 마냥 외면해선 안 된다. 허울만 사회적 합의기구이지 거대 노조와 기업의 협상테이블인 최저임금위원회로는 매년 소모적 대립과 ‘무조건 인상’ 관행에서 탈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