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스타 크리에이터 탄생 뒤엔 '유튜브 알고리즘' 있다

입력 2020-07-09 18:02
수정 2020-07-10 03:05

2005년 스물다섯 살 청년 자베드 카림은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코끼리 우리 앞에 서서 “코끼리 코가 참 길다”는 별 의미 없는 멘트를 날리며 19초짜리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고는 동료들과 함께 만든 ‘유튜브’란 사이트에 올렸다. 세상에 없던 미디어 ‘유튜브’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5년. 세 명의 젊은이가 가벼운 마음으로 개발한 이 동영상 플랫폼은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5년간 세계인의 유튜브 시청 시간은 하루 1억 시간에서 10억 시간으로 증가했다.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들은 대중음악부터 정치, 자동차, 게임, 음식, 낚시까지 갖가지 주제로 찍은 영상을 끊임없이 올린다. 이들 유튜버 중 과거 기준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스타’가 잇달아 탄생한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버는 유튜버의 등장은 1인 미디어 전성시대를 열었다.

영국 기술 칼럼니스트 크리스 스토클-워커는 《유튜버들》에서 개인이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 유튜브의 위력과 알고리즘, 이 새로운 생태계에서 극소수의 승자가 된 유튜버들의 면면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년여에 걸쳐 100여 명의 유튜버와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세계를 돌며 유튜버 행사와 각종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끊임없이 시청하게 만드는 유튜브의 힘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있다”고 단언한다. 구글 엔지니어들과 인공지능(AI)이 개발해낸 이 알고리즘은 골프채 관련 영상을 한 번 본 이용자에게 골프 레슨이나 인기 골퍼 경기 모습 등 골프와 관련된 온갖 동영상을 ‘쓰나미’처럼 추천한다. 유튜브 검색 내역과 거주지역, 성별, 기기 종류 등을 포함한 사용자의 활동 내역을 참조한 알고리즘 내 ‘심층 신경망’이 우리가 이전에 본 모든 동영상을 뒤진 결과다.

저자에 따르면 그가 만난 유튜버 대부분은 유튜브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 자신을 유튜브 시스템의 일부로 여기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반감과 고발심리도 함께 품고 있다. 알고리즘이 문제였다. 실행 구조가 불분명한 알고리즘이 제멋대로 광고 단가를 올리고, 내리며 유튜버에게 돈다발을 안겨주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광고를 차단해 파산으로 몰고가기도 한다. 게임·인터넷 동영상 리뷰 크리에이터인 이언 댄스킨은 “알고리즘이 어떻게 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저 바깥에 있는 알고리즘이 동영상에 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결정하면 그걸로 끝이며 한 번도 합리적 논리로 결정의 이유를 설명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의 시작은 순수했다. 유튜브가 탄생시킨 새로운 스타들도 처음엔 돈에 연연하지 않고 겸손했으며 그들을 좋아하는 팬에게 거만하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했다. 팬들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 ‘크리에이터’와 ‘시청자’라는 개념도 만들었다.

저자는 “유튜브가 애초 뒤집어 엎으려 했던 낡은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점점 닮아간다”고 지적한다. 불분명한 알고리즘에서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수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광고주는 유튜버의 영향력을 감안해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수전 워치츠키가 한 언론매체와의 대담에서 “유튜브에는 광고주가 우선이며 그다음이 크리에이터, 마지막이 시청자”라고 말한 것은 유튜브 사업의 실질적인 힘은 돈을 내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미디어로서 커져가는 영향력으로 인해 파생되는 온갖 문제점에 대한 유튜브의 소극적인 대응을 놓고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광고 대참사든, 테러 관련 내용이든, 음모론이든 유튜브 콘텐츠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추문에 대해 유튜브는 너무 소극적이고 그것도 너무 늦게 행동한다”고 지적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