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3분기에 15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달러를 더 조달해 외화 안전판을 더 탄탄하게 쌓자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만큼 이자비용을 낭비하고 일반 기업의 채권 발행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외평채 발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평채 발행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적정 외환보유액 논란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외환보유액은 4107억5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5월 말에 비해 34억4000만달러 늘었다. 외환보유액이 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15억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 주관사를 선정하고 발행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정부의 외평채 발행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연간 외평채 이자비용만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굳이 더 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외평채이 기업의 외환조달에도 부정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외평채 발행 시기에 밀려 최적의 자금 조달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외환시장이 재차 출렁일 우려가 있는 만큼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 시장은 신흥국 가운데 비교적 주식시장의 수급이 양호해 ‘돈을 빼내기 쉽다’는 인식에 외국인의 자금유출이 두드러질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적정 규모인지에 대한 보편적 기준은 없다. 유동외채와 석 달치 수입액을 합친 금액을 적정 수준으로 보는 ‘그린스펀-기도티 룰’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3184억4600만달러로 추정된다.국제통화기금(IMF)은 △연간 수출액의 5% △통화량(M2)의 5%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 네 가지 항목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3769억8000만~5611억1000만달러 수준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그린스펀-기도티 룰과 IMF가 제시하는 적정 수준에는 충족한다.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이 2004년 내놓은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에는 미달한다. BIS는 석 달치 수입액과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3분의 1을 합친 금액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산출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5655억5000만달러다.
하지만 달러화 조달금리와 환율 등 외환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개선되는 데다 금융회사의 한·미 통화스와프 외화대출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외환보유액을 턱없이 늘리는 것은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