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고 못 배길 걸"…대형마트·백화점이 달라졌다

입력 2020-07-01 17:42
수정 2020-07-02 00:37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처럼 보였다. 온라인에서 싸고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데 굳이 백화점, 대형마트, 동네슈퍼,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확산되면서 이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 ‘언택트(비대면) 소비 시대’란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는 듯했고,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서서히 종말을 맞는 공룡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전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온라인만큼 급진적이지는 않지만 안으로부터 눈에 띄지 않는 변신과 개혁을 했다. 대형마트가 이 같은 변신의 중심에 섰다.

이마트는 과거 대형마트의 틀을 깼다. ‘매장=쇼핑장소’라는 인식틀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들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재미와 흥미를 제공하는 ‘핫플레이스’로 변신했다. 스타필드 같은 복합 쇼핑몰 콘셉트다. 객장에는 ‘맛집’이 즐비하고 온종일 있어도 놀거리가 넘친다.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일부 매장을 개조해 온라인 배송기지처럼 쓰고 있다. 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쿠팡의 ‘로켓배송’보다 더 빠른 ‘번개배송’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아직은 일부의 얘기다. 하지만 모든 대형마트가 이마트처럼 핫플레이스로 변신하고, 롯데마트처럼 특급 배송기지로 변신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 전쟁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고 있다.백화점 1층에 슈퍼마켓…편의점선 킥보드 빌려줘100여 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백화점도 요즘은 생존을 위해 자존심까지 집어던졌다. 1층은 옷, 신발, 화장품을 파는 콘셉트는 오간 데 없다.

서울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은 명당자리인 1층에 슈퍼마켓을 들였고,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경쟁사인 이케아에 자리를 내줬다.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전략이다. 슈퍼마켓 중에선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곳이 나타났다. ‘노브랜드 전문점’이다. 일반 브랜드 상품을 매대에서 걷어내고, 그 자리를 가성비 좋은 자체 상표(PB)로 채웠다. 온라인보다 더 싼 가격으로 붙어보겠다는 승부수다.

편의점의 진화는 끝이 없다. 매장에서 전동 킥보드를 빌려주고, 택배를 맡아주며, 반려동물이 아픈지 검사까지 해준다. 그러면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간식 먹고 온갖 ‘먹거리 천국’을 구현해 놨다. 매장당 100㎡가 채 되지 않는 편의점이 얼마나 더 많은 역할을 할지 편의점업계조차 가늠을 못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훨씬 익숙한 10~20대도 편의점을 자신들의 놀이터처럼 쓰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이 같은 변신은 환영받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시대는 갔다”면서도 좋은 물건에 가격만 저럼하다면 긴 줄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달부터 오프라인 일부 매장이 시작한 명품 할인 판매가 그랬다.

면세점 창고에 가득 쌓인 명품을 롯데백화점이 가져와 싸게 팔았더니 평일에도 긴 줄이 생겼다. 사람들은 번호표까지 뽑고 3~4시간을 기다렸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할 이유만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은 언제라도 기꺼이 줄을 설 의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결국 오프라인 유통의 생존 여부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 온라인이 주지 못하는 즐거움, 색다른 경험 등을 제공한다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