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린 스타트업 타운은 '한국판 킹스크로스'

입력 2020-07-01 18:04
수정 2020-07-02 00:18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해 유명해진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은 현재는 관광 명소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버려진 땅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과 물류업을 중심으로 번영했으나, 관련 산업이 쇠퇴하면서 인근 일대가 빈민촌으로 전락한 것이다. 폐허가 돼 가는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재개발사업이 시작됐고, 지금은 유럽 역세권 재생의 성공 모델이자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혁신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됐다.

킹스크로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기존과 다르다. 단순히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혁신기업을 위한 인프라와 함께 주거·문화·교통 등을 복합적으로 담아냈다. 사무실 인근에 근로자를 위한 주택을 지어 저렴하게 임대하고, 매일 10회 이상의 전시·공연 등 문화 행사를 연다. 보행자 중심의 도로를 만들고자 노력했고, 공원·광장도 열 곳 이상이다. 이는 젊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조건이 됐으며, 일하기 좋은 이런 환경을 따라 기업들이 둥지를 틀었다. 즉, 스타트업 등 ‘혁신 인프라’와 혁신의 주체인 ‘사람’을 중심으로 쇠퇴한 도심 기능을 회복시킨 것이다.

정부가 새롭게 조성하고자 하는 ‘그린 스타트업 타운’은 한국에도 킹스크로스와 같은 창업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건물을 지어서 기업을 한곳에 모아놓기만 하는 단편적인 방식으로는 창의성이 발현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인재가 모인 곳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생겨난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집적하되 유능한 인재들이 먹고, 마시고, 쉴 수 있는 정주 환경도 함께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토교통부가 손을 잡았다. 국토부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주거·문화·교통 인프라 등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조성하고, 중기부는 혁신의 관점에서 비즈니스 공간을 마련한다.

이에 더해 스타트업 타운에 ‘그린’ 색을 입힌다. 타운 내에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 기술 등을 타운 조성 과정에 접목할 것이다. 이는 최근 지속 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논의되는 ‘그린 뉴딜’과 맥락을 같이한다. 우버, 테슬라, 에어비앤비 등 세계적인 혁신기업은 도시가 가진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중기부는 연내 그린 스타트업 타운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달 11일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시작했다. 올 하반기에는 최적의 입지에 기반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될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창업 생태계로서 그린 스타트업 타운이 성공적으로 조성되고, 여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역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