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 번째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한 뒤 백서까지 만들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이번 임상에서는 모든 부분에 만전을 기해 반드시 약효를 입증할 겁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치료제 ‘엔젠시스’의 두 번째 임상 3상 시험을 이달 시작해 이르면 내년 여름 중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전 임상에서 운영에 문제
헬릭스미스는 DPN 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엔젠시스의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을 이달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 지 3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병원 15개 중 5개에서 먼저 환자 모집을 시작한 뒤 다음달 전체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마무리한 첫 임상 3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올해 2월 데이터 분석 결과 우려했던 약물 혼용은 없었다. 임상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게 회사가 내린 결론이다. 임상시험 초반부터 후반으로 갈수록 약물의 통증 감소 효과가 커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임상 결과가 나온 뒤 김 대표는 다른 업무를 모두 유승신 대표에게 맡기고 엔젠시스의 임상과 사업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세계 톱5 CRO 중 하나인 PRA헬스사이언스에 임상 관리를 맡겼다.
김 대표는 “통증 치료제는 대부분 먹는 약이지만 엔젠시스는 3개월마다 여러 차례 근육에 주사하는 새로운 개념의 유전자 치료제”라며 “새로 임상시험에 참여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주사제 투여에 익숙지 않았다는 답이 많았다”고 했다.
임상 성공 위해 전문가 14명 영입
첫 번째 임상에 실패한 뒤 회사의 임상시험 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커졌다. 김 대표는 ‘철저한 관리’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임상 조직을 대폭 확충했다. 20여 년간 수백 건의 임상을 수행한 애덤 러스킨 전 LABCRO 부사장을 임상시험운영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추가 채용한 전문가만 14명이다. 김 대표는 “미국 바이오기업 중에서 우리만 한 임상 조직을 갖춘 곳은 없다”고 했다.
다섯 가지 추가 대책도 세웠다. 환자를 모집할 때 100개가 넘는 항목을 평가한다. 이전 임상보다 통증 편차가 작은 피험자를 잘 선별할 수 있다. 임상시험 중 환자는 물론 임상 연구자에게도 통증일지 기록 방법을 교육한다. 데이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병원 간 편차를 줄이기 위해 임상 참여 병원도 이전보다 10곳 정도 줄였다. 임상시험을 모니터링하는 인원의 관리도 CRO에 맡기지 않고 자체 인력이 직접 한다. 이를 위해 직원 20명을 투입했다.
2022년 판매허가 신청
두 번째 임상은 내년 하반기 끝내는 게 목표다. 환자 절반에 대해 6개월간 추적 관찰이 마무리되는 내년 여름께 중간 결과를 공개한다. 올해 안에 세 번째 임상 3상을 시작한다. 엔젠시스의 신경 재생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후속 임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엔젠시스는 2018년 FDA로부터 첨단재생의학치료제(RMAT)로 지정됐다. 허가심사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2022년 판매허가를 신청하는 게 목표다. 그는 “2022년 상반기에 모든 임상을 마치고 허가 신청에 필요한 작업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글=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