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관광객 입국 차단 검토…"미국의 굴욕"

입력 2020-06-24 11:13
수정 2020-09-22 00:03

유럽연합(EU)이 역외 국가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 해제를 앞두고 미국,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을 계속 유로존 역내 국가 입국 금지국으로 두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해 확산세가 큰 국가의 사람들은 유로존에 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EU 당국은 다음달 1일 역외국가에서 온 여행객의 유로존 각국 입국 허용을 앞두고 입국 제한 연장 국가를 고르고 있다.

NYT가 입수한 명단에 따르면 EU는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을 제한 국가에 두는 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중국은 입국 허용국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우간다, 쿠바 등 개발도상국도 입국 허용국 기준을 충족했다.

한 EU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활발한 국가 여행객은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CNN에 설명했다.

EU는 지난 14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신규 환자수 등을 주요 기준으로 입국 제한국을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 접촉·추적 조치 효율성 등도 따진다. NYT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신규 환자수는 미국이 107명, 브라질은 190명, 러시아는 80명이다. 같은 기준에 따르면 EU 수치는 16명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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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미국 전국이 아니라도 미국 일부 주 출신 여행객의 유로존 입국을 막는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 CNN은 EU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미국 전역에서 온 여행객을 전면 금지하는게 아니라 일부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 온 이들만 역내 국가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최근 플로리다, 텍사스, 아리조나 주의 코로나19 확산세가 큰 편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잇달아 '미국의 굴욕'이라는 평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러시아, 브라질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초유의 공공보건 위기를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번 결정이 현실화되면 미국의 위신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미국을 역내 각국 입국 금지국으로 지정할 경우 미국의 보복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이 유럽발 여행객의 입국을 막는 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유럽 여행객의 자국 입국을 막았다.

EU는 역내 각국 입국 허용대상국을 다음주 초께 결정할 전망이다. 이 명단은 권고안 수준으로 각국에 강제되는 규정은 아니다. 국경 개폐 권한은 EU집행위가 아니라 각국에 있다.

EU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16일 역외국가의 비필수 여행객이 역내 국가에 입국하는 것을 막는 금지 조치 도입에 합의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11일 이 제한을 차례로 해제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미국에선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32만9600명을 넘겼다. 코로나19 사망자는 12만1000여명에 달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