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몰상식"…주방장 막말도 참았던 靑, 왜 강경해졌나

입력 2020-06-17 12:00
수정 2020-06-17 12:02

연이은 막말에도 대응을 자제해오던 청와대가 처음으로 북한을 겨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청와대는 17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발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런 사리 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북측은 또 우리 측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며 대북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옥류관 주방장까지 동원해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면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막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지난 15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가 이전과 달리 강경발언을 쏟아낸 것은 전날(16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남북 합의를 깨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국가와 국민의 재산에 손을 댄 행위라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를 묵인하면 북한이 우리 영토나 국민을 겨냥한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청와대도 강경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음에도 일부 여권 인사가 오히려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대북 저자세 외교 논란으로 악화된 여론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