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현금 비축나선 현대오일뱅크, 1500억 회사채 발행

입력 2020-06-15 17:17
≪이 기사는 06월15일(14:2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올 들어 세 번째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여건이 나빠지자 서둘러 장기 유동성 확보에 팔을 걷었다는 분석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다음달 초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공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채권 만기는 3~10년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조만간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두 차례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2월 선순위채로 5000억원, 3월 영구채(신종자본증권)로 2800억원을 조달했다. 이번에 발행할 채권까지 합하면 회사채시장에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선제적으로 장기자금을 비축해두기 위해 또 한 번 채권시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충격이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금 조달여건이 더 나빠지기 전에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정유사들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5631억원)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1조7751억원) GS칼텍스(1조318억원) 에쓰오일(1조72억원) 등 국내 모든 정유사가 지난 1분기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회사채시장에선 현대오일뱅크가 채권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정유업 투자심리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발행될 회사채는 1분기 ‘어닝쇼크’ 발표 이후 처음 나온 정유사 채권이다. 정유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를 얼마나 잠재우느냐가 흥행을 좌우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우량한 기업인만큼 목표금액을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이전처럼 대규모 매수주문이 들어올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