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집값이 유동성 확대와 각종 개발 호재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서울 분양경기 전망도 올 들어 처음으로 기준선(100)을 넘어섰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6월 둘째주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올랐다. 20주 만의 상승 전환이다.
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05%로 구로구(0.05%)와 함께 서울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강남구가 0.02% 올랐고, 서초구와 강동구는 보합(0.00%)을 기록했다.
이번 집값 반등에는 단기 개발 호재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착공 허가를 받으면서 인근 지역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달 5일엔 서울시가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민간투자사업의 적격성 조사 완료 소식을 발표하면서 잠실동 일대 대단지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잠실 파크리오 전용면적 84㎡는 마이스 사업 발표 당일 1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15억7000만원) 대비 1억원가량 오른 값이다. 잠실 주공5단지 82㎡는 이달 들어 전고점(22억8425만원)과 비슷한 22억6100만원에 팔렸다. 강남구 압구정동, 대치동, 개포동 등의 호가도 오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개발 호재도 많았고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며 “매도자 우위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분양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6월 서울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지난달보다 17.9포인트 상승한 109.5를 나타냈다. 올 들어 처음으로 100을 넘겼다. HSSI는 주택사업자 관점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아파트 단지의 분양 여건을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구두 경고에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주택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주저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서울, 수도권 규제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세가 주춤하고 비규제지역의 가격 상승세도 지속적으로 포착돼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강남권은 계속 가격이 빠졌기 때문에 이벤트성 반짝 상승인지, 추세적 상승세로 바뀐 것인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종결과 회복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심은지/신연수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