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즐기는 젊은 층이 늘면서 지나치게 운동을 많이 해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고관절 충돌증후군 환자가 많아졌다. 고관절을 이루는 허벅지뼈와 골반뼈가 부딪쳐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대부분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약을 먹으면 호전되지만 통증이 계속되거나 심해져 수술을 받는 환자도 많다. 이런 고관절 충돌증후군 환자에게 내시경을 활용한 고관절경술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필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관절경수술을 받은 고관절 충돌증후군 환자 73명을 평균 5년 추적관찰한 결과다. 평균 34.4세 정도 환자들의 증상 진행 상황을 분석했는데 대부분 증상이 호전됐다.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 이들이 앓고 있던 고관절 충돌증후군은 볼과 소켓 모양으로 맞물리는 허벅지뼈와 골반뼈가 잘 맞물리지 않는 질환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 둘이 다르게 생겼거나 운동을 많이 해 변형되기도 한다. 이들 뼈가 맞지 않으면 고관절을 돌릴 때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을 참으면서 운동하면 관절이 계속 부딪혀 가장자리 연골이 망가진다. 이를 비구순파열이라고 한다. 연골이 계속 닳아 없어져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하면 수술도 해야 한다. 이전에는 이런 환자들에게 수술할 때 근육을 크게 자르거나 관절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부분을 제거했다. 큰 수술이기 때문에 회복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합병증 위험도 높은 편이다. 이를 대신해 최근에는 고관절경 수술을 많이 한다. 고관절 주위 허벅지에 직경 5~6㎜ 구멍을 3~4개 낸 뒤 내시경과 특수기구를 넣어 파열된 부분을 봉합하고 튀어나온 뼈를 다듬는 방식이다.
근육이나 관절을 제거하는 것보다 난도가 높지만 절개 범위가 적기 때문에 수술받은 뒤 바로 걸을 수 있고 회복도 빠르다. 윤 교수팀이 가느다란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조사 대상 환자들의 튀어나온 뼈를 정상 형태로 완만히 깎아냈더니 고관절 뼈끼리 부딪치는 것을 줄일 수 있었다. 대다수 환자는 증상이 나아졌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관절경 수술을 한 뒤 퇴행성관절염이 악화돼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윤 교수팀이 수술한 환자 중에는 이런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는 없었다. 3명 정도가 수술을 위해 당겨 올렸던 다리 부분에 일시적으로 감각이상을 호소했지만 모두 정상 상태로 회복됐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관절 충돌증후군을 치료하는 데 관절경수술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수술을 해야 하지만 효과나 부작용이 걱정스러워 큰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고관절경술이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모든 환자가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대퇴골두가 튀어나왔더라도 증상이 없을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약을 먹으면서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수술은 이런 치료를 모두 해본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를 위한 치료 방법이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도 수술하는 것을 추천한다.
윤 교수는 “치료법을 결정하기 전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형외과분야 국제학술지인 관절경수술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