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코로나 혼란 틈타 중동서 IS 테러 활동 '기지개'

입력 2020-06-09 17:28
수정 2020-09-07 00:02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활동량이 늘어났다는 영국 내 보도가 나왔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IS 활동을 추적하는 보안 전문가 마이클 나이츠와 알렉스 알메이다의 말을 인용, IS가 올해 1분기(1~3월) 566건, 지난해 1669건 등의 공격을 이라크에서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수치라고 분석했다.

FT가 인용한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IS는 지난달 새로운 공격을 감행해 이라크 보안군 19명을 살해했다. IS는 이라크 동부와 서부, 북부 지역에서 종교 등의 이유로 주민들을 박해하고 농작물을 불태우기도 했다.

FT는 미군 주도 국제연합군은 IS의 위협이 감소했기 때문에 개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 폭력사태 격화는 위협이 종식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IS 대변인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미군이 철수한 이후 지하디스트의 공격을 증가시켰다"는 글을 올렸다.

이라크 의회는 미국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이라크와 시리아 기지를 공습하고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살해하자 미국을 포함한 외국군 철수 결의안을 지난 1월 채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군 주도 국제연합군 일부가 철수했다.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라크내 미군의 이탈이 가속화됐고 연초 미군 작전 수행 속도가 느려졌다. 특히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민병대가 미군기지에 로켓 공격을 반복적으로 감행하면서 미국 주도 국제연합군은 자신을 호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IS는 지난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막대한 지역을 장악한 뒤 '칼리프 국가'라는 유사 국가체제를 건설하고 공포정치를 자행했지만 미군 주도 국제연합군의 개입으로 영토를 모두 상실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창시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군과 교전 중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미국 주도 국제연합군의 일부 철군, 미국과 이란간 긴장 고조, 이라크의 정치적 혼란 등이 합쳐져 IS가 재결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IS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이 '신의 징벌'이라며 여론전까지 펼치고 있다.

IS는 지난달 29일 자체 홍보 매체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40분 분량의 음성메시지를 공개했다. IS는 "신은 그 뜻에 따라 이 시대의 폭군과 그 추종자에게 벌을 내렸다. 그것은 맨눈으로 볼 수 없다"며 코로나19를 '신의 징벌'에 비유했다.

이어 "너희 십자군은 신의 수호자와 싸운 후 신의 손에 처벌받았다"며 "너희가 신에게 벌을 받고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많은 이슬람권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일시 폐쇄하고 성지순례를 금지한 것을 비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