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신용 격차 생긴 SK가스와 E1, 회사채 시장서 대우 다를까

입력 2020-06-09 12:30
≪이 기사는 06월09일(07:3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액화석유가스(LPG) 업체인 SK가스와 E1이 나란히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두 회사는 오랫동안 같은 신용도였지만 2년 전 E1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시장에서 위상이 달라졌다. 이번 채권 투자수요를 모으는 과정에서도 '온도 차'가 느껴질지 주목된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이달 중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E1도 비슷한 시기 차입금 상환재원 마련을 위해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최근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발행 준비에 들어갔다.

SK가스와 E1은 국내 LPG 유통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두 회사는 비교적 생존경쟁 부담이 작은 영업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제유가 하락세와 함께 LPG 매입가격이 떨어진 덕분에 이익 규모를 늘리고 있다. SK가스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8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6.2%나 늘었다. E1의 영업이익(707억원)도 같은 기간 148.6% 증가했다.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두 회사는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선 지난 두 달여간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주저앉은 지난 3월19일 이후 SK가스는 46.2%, E1은 41.6% 각각 올랐다.

두 회사 모두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 중이지만 신용도에선 차이가 난다. 2018년 5월 E1의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져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당시 E1의 자회사인 LS네트웍스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E1의 유동성 확보능력이 약해졌다는 점을 신용도를 내린 이유로 제시했다. LS네트웍스 지분(87.7%)은 E1의 핵심 자금 조달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LS네트웍스 주가(5일 기준 1950원)가 2년 전보다 44.9% 더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E1이 다시 AA-등급에 복귀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SK가스는 석유화학, 발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등 수익구조를 다각화해 AA-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회사채시장에선 두 회사 모두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무난히 채권 투자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비우량 회사채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매수주문 규모에선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서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A+등급 이하 회사채를 담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지난달 말부터 메리츠금융지주, 현대건설기계, 한화건설, GS건설 등이 연이어 회사채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