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07일(10:4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실적(펀더멘털) 전망에 기초해 주가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주식 비관론자를 이만큼 어리둥절하게 만든 급반등이 과거에 또 있었을까요.
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 수준을 넘어 내달릴 기세입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5일 2180선을 넘어 코로나19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기 이전인 지난 2월 중순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지난달 말 KB증권은 대형주 반등을 낙관하면서 6월의 예상 밴드를 1940~2130으로 제시했는데, 벌써 상단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나스닥은 지난 5일 장중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에서도 자신감의 급격한 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공모주 투자 열기인데요. 지난 3일 나스닥에 데뷔한 음반회사 워너뮤직(Warner Music Group Corp)은 상장 첫날 30.1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공모가액인 25달러 대비 20% 비싼 값입니다.
기업공개(IPO)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해 단기간에 대규모 주식의 적정가격을 탐색하는 거래입니다. 그래서 종목별 유통주식의 일상적인 가격 변동보다 투자 심리를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지표로 꼽힙니다. 공모가 기준 덩치가 193억달러로 올해 미 새내기주 가운데 으뜸이었던 워너뮤직의 화려한 데뷔도 마찬가집니다. 미·중 갈등과 미국에서 벌어진 시위 등 각종 악재로 누를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이 역동적으로 주식시장에 흘러들고 있다는 증거로 읽힙니다.
‘V’자 반등 가능성을 낮게 봤던 전문가들은 이제 변명이 필요해졌습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 골드만삭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의 연말 전망을 여전히 현재보다 낮은 3000으로 고집하고 있는데요. 최근 미 증시 반등을 ‘놀라운 여정(remarkable journey)’이라 묘사하고, 상승 추세를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수많은 의학적, 경제적, 정치적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반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낙관적인 진단도 나와 눈길을 끕니다. 이동호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잉여 유동성 대비 코스피 시가총액 비율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아직 하차할 때가 아니다”고 평가했습니다.
어쩌면 최근 주식시장의 급격한 반등세는 ‘놀라운 여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흐름일지도 모른다는 해석입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