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이라고 금융지식만 보지는 않아요. 은행 간 디지털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디지털’과 ‘금융’이 합쳐진 융합형 인재 채용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매년 열리는 일자리 콘서트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직업계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부스가 은행이다. 올해는 하나, 농협, 신한, 국민, 우리 등 5개 은행에서 부스를 마련했다. 현장면접을 하지 않았지만 채용계획과 인재상을 궁금해하는 학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은행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신해 리포터가 ‘랜선 박람회 투어’를 통해 각 은행을 찾았다.
농협은행 인사담당자는 신한, 하나 등 여러 은행에서 볼 수 있듯 고졸 은행장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지점장 이상으로 승진한 베테랑 은행원 중 고졸 입행자가 많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덕수상고(현 덕수고) 출신이고, 하나은행장을 지낸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도 강경상고를 나왔다. 그는 “농협은행은 2017년 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며 “4년제 졸(5급 행원)과 전문대졸 이상(6급 행원)으로 구분되던 학력 제한도 완전히 없앴다”고 소개했다.
신한은행도 2018년 블라인드 채용 도입 이후 20여 명의 고졸 행원이 대학, 대학원 졸업자와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는 “이와 별도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고졸인력을 하반기 뽑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비대면으로 코딩 실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며 “은행업의 디지털 전환과 기술 변화에 대해 꼼꼼히 공부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0여 명의 고졸인재를 뽑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직 고졸행원 채용 일정은 확정짓지 못했다. 우리은행 인사담당자는 “하반기 채용계획을 고심 중”이라며 “고졸 개인금융서비스 직군 행원들이 업무역량과 조직적응에 우수하다는 조직 내 평가를 받고 있어 우리은행에서 역량 있는 인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특성화고 학교장 추천채용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 인사담당자는 “은행들도 비대면 앱 기반 금융 등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디지털 기본 소양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국민은행도 예년 수준의 고졸인재 채용 계획을 마련 중이다. 국민은행 인사담당자는 “과거 고졸행원 채용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상식시험 결과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