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유럽최대 PEF '아디안', 한국 포함 전세계서 190억달러 규모 세컨더리 펀드 조성

입력 2020-06-03 15:19
수정 2020-06-03 18:37
≪이 기사는 06월03일(14:5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럽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아디안이 세컨더리 투자펀드 조성에 나서 한국을 포함, 전세계 투자자들로부터 190억달러(약 23조1980억원)의 투자 약정을 받았다고 3일 발표했다. 세컨더리 투자란 PEF운용사 등 투자 기관들이 기존에 인수한 구주를 재매입하는 방식의 투자 전략이다. 이번 펀드는 아디안의 8번째 세컨더리 투자펀드다.

공동투자(코인베스트) 자금 50억달러를 포함한 190억달러의 펀드 약정액은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조성된 세컨더리 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다. 2016년 모집한 아디안의 7호 세컨더리 펀드 규모 140억달러와 비교해도 한층 커졌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40여개 국가의 275개 기관이 투자 약정을 했다. 투자자는 주요 국부펀드와 연기금을 비롯해 보험사 등 금융기관, 초고액자산가들로 이뤄졌다. 국내에선 지방행정공제회와 우정사업본부 등이 출자하기로 했다.

이번 펀드는 아시아 중동 남미 투자자의 비중이 예년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세컨더리 펀드에 투자금이 몰린 것은 한 차례 검증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최초 투자 때 초기 수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는 이른바 'J커브 효과'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펀드가 자산을 최초로 인수하면 매입 비용과 운영상 시행착오 등으로 수익률이 보통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반면 운영중인 자산을 인수하면 안정된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연기금 등 투자 기관들이 유동성 문제나 정책의 변경으로 싸게 내놓는 자산을 세컨더리 펀드가 매입할 기회도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선 세컨더리 자산 시장이 미미한 수준이다. 아디안은 대체투자 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돼야 기관들이 유연하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위기 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디안의 재간접 펀드 사업을 총괄하는 빈센트 곰버 대표는 “세컨더리 시장은 기관투자가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세컨더리 펀드는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 투자금을 배분하는 데 필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아디안은 530억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유럽 최대 PEF 운용사다. 전세계 680명의 임직원들이 1600여개 펀드를 통해 1만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유럽의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의 베이징 도쿄 등 15개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4월 싱가포르 사무소의 하원 대표를 내세워 서울 사무소를 개설했다. 동남아시아 및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하원 대표는 “아디안은 아시아에서 세컨더리 투자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자금 모집 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도 더욱 적극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