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 어느 해보다도 엄중하고 진지한 분위기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전시상황’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위기의 파급 경로와 크기, 속도 등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누구도 정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과거의 경제위기에서 배울 수 있는 확실한 교훈 하나는 ‘경제주체의 일치된 상황 인식’이 위기 극복의 동력이라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 주요 내용을 사칙연산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첫째, 이번 회의에선 선제적이고 충분한 재정투자 확대(+) 필요성에 국무위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 전개 상황에 맞춰 단계별로 재정·금융지원 등 총 250조원을 투입했다. 3차 추경과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견지해나갈 것이다. 일각의 나랏빚 걱정, 특히 부채 증가 속도에 대한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미시적 재정 균형보다 경제 운용의 거시적 합리성, 즉 적극적 재정 운용으로 위기 극복과 세입 증대를 거쳐 재정여력 비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전략을 추구할 시점이다.
둘째, 재정 투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같은 액수라도 ‘제때’ ‘제대로’ 투자하면 돈의 값어치가 달라진다. 정부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썼다. 이런 재정전략 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주요국 중 가장 양호한 수준(-1.2%)으로 전망했다. 재정 투입의 효과를 높이려면 요즘말로 ‘가성비’가 높은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3차 추경에서도 ‘한국판 뉴딜’ 등 재정 투자 효과가 높은 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셋째,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민간과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재정이 ‘원톱’처럼 나섰지만 정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이 파고를 넘을 수 없다. 모든 경제주체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넷째,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다. 단순히 덜 쓰자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더 쓰자는 것이다. 정부가 집행 부진 사업 등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절감한 재원은 선도형 경제와 포용사회 구현 등 핵심 분야에 재투자(+)된다. 이런 정부의 노력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의 토대가 돼 중기적 관점에서 재정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 확장재정 정책으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이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조기에 회복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단기 재정지표 악화는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통해 위기를 이겨내고 전열을 재정비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