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선보상 확대되나"…은행 '적극' 증권사 '머뭇'

입력 2020-05-21 15:28
수정 2020-05-21 15:43


1조원대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선보상과 관련해 은행과 증권사들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자율보상안'을 마련해 선보상에 나서겠다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들은 배임 등을 우려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 하나 우리 기업 부산 경남 농협은행 등 7개 라임 펀드 판매 은행들은 최근 투자자 선보상안을 마련해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손실액 가운데 30%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보상은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은 투자자 3000여명에게 8700억원 규모의 라임 펀드를 팔았다. 보상은 빠르면 다음 달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예상 손실액 중 30%를 먼저 보상하고 남은 평가액의 75% 가지급하는 방안이다. 투자 경험이 없는 고령 투자자의 경우 손실의 최대 50%까지 선보상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련 분쟁이 끝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정 비율을 보상하고 향후 결과에 따라 추가 배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이 같은 결정은 해외 금리 파생결합펀드(DLF) 등 대규모 투자 손실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투자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에서 손실 보상액을 낮추기 위한 의도도 포함됐다는 관측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신영증권에 이어 대형 판매사 가운데는 처음으로 신한금융투자가 선보상을 결정했지만 나머지 10개 증권사들은 선보상안을 결정하지 못했다. 삼성 대신 KB NH투자 한국투자 유안타 한화투자 메리츠 키움 미래에셋대우 등이다.

이들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보상에 나섰다가 주주 반발과 최고경영자(CEO) 배임 논란이 불거질까 걱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책임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에 나섰다가 반대로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고려해 지주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보상을 결정한 신한금융투자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누구 책임이 크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질 때가 아니다"며 "고객 신뢰를 되찾는 게 최우선 가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