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코람코자산신탁이 '리츠 시장 확대' 기회 맞아 내놓은 3가지 성장 전략

입력 2020-05-21 14:03
수정 2020-05-21 14:05
≪이 기사는 05월19일(06:4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설립 이후 20년간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사업에 주력해온 코람코자산신탁이 정부의 공모 리츠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4500억원 규모 투자금을 굴리는 앵커리츠의 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상장 예정 펀드에 집중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도 조성했다.

이미 국내 최대 리츠 운용사로서의 탄탄한 지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체 리츠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수록 코람코자산신탁의 성장세도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리츠 사업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소식들을 연달아 발표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주택도시기금과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모은 4500억원의 투자금을 국내 공모 리츠와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앵커리츠 운용사로 선정됐다.

앵커리츠는 국내 리츠 시장 활성화 위해 만들어진 리츠로 주택도시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내놓은 출자금으로 조성된다. 국내 공모 리츠와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며 운용사는 국토교통부가 선정한다.


얼마 뒤에는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리츠에만 집중 투자하는 134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는 소식을 내놨다. 오는 8월 무렵에는 이 회사가 운용하는 ‘코람코 에너지 플러스 리츠’를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이 그동안 리츠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모 리츠 시장이 확대되는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 리츠 제도 소개한 개척자

코람코자산신탁은 회사가 설립된 2001년부터 리츠 사업에 집중해왔다. 이 무렵 많은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었다. 부채를 갚기 위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려 했지만 건물을 통째로 사려는 매수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당시 은행 등 금융권은 풍부한 유동성을 갖고 있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이었다. 금융기관이 나서서 빌딩을 직접 매입하는 건 위험성이 높은 투자로 여겨졌기에 은행들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 매물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과 금융권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중개자 역할을 내세우며 설립된 회사가 코람코자산신탁이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선진 부동산 금융기법인 리츠를 도입해서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은 뒤 이 돈으로 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 매물을 사들였다.

빌딩을 사들인 뒤 여기서 나온 임대 수입을 투자자들에게 지분에 따라 배당 수익으로 지급했다. 이후 자산 가치가 높아지면 부동산을 매각해 시세 차익을 거둔 뒤 이를 투자자들에게 나눠줬다. 코람코자산신탁이 국내에 리츠 제도를 사실상 처음 도입한 회사로 불리는 배경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국내 리츠 시장에서 부동의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2019년 말 기준 코람코자산신탁이 운용하는 리츠는 34개로, 운용 자산은 8조4775억원에 달한다. 국내 민간 리츠 시장의 27.7%를 차지하고 있다.




◆앵커리츠 운용사로 선정되며 영향력 더 강해져

지난달 앵커리츠를 운용하는 위탁 AMC(자산관리회사)로 선정되면서 코람코자산신탁이 리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국내 어떤 공모 리츠와 부동산 펀드에 얼마씩 투자할지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앵커리츠는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한 3000억원과 여러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모은 1500억원을 합해 모두 4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굴린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을 자산으로 삼은 공모 리츠, 그리고 공모 부동산펀드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전체 투자금의 60% 이상이 리츠에 투자된다. 국내 리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국토교통부의 주도로 앵커리츠 제도가 만들어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은 4500억원의 투자금을 앞으로 최소 7년간 운용한다. 목표 수익률 연 6%(IRR·내부수익률)를 초과하는 수익의 15%를 성과보수로 가져간다. 앵커리츠 위탁 AMC 선정을 놓고 신한리츠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으나 선정위원회는 코람코자산신탁의 손을 들어줬다.

한 리츠 자산관리회사 관계자는 “국내 리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앵커리츠를 운용할 회사를 정하는 자리였던 만큼 리츠 자산관리회사로서의 업력과 과거 성과, 현재 관리하고 있는 자산 규모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대부분 코람코자산신탁이 선정될 가능이 높다고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오는 8월께 주식시장에 '주유소 리츠' 상장 준비 중

오는 8월 즈음 주식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코람코 에너지플러스 리츠’ 역시 코람코자산신탁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사업이다. 이 리츠가 순조롭게 상장할 경우 회사가 운용하고 있거나 새롭게 조성할 리츠를 상장하는 데 탄력이 붙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와 코람코자산신탁이 갖고 있는 ‘코람코 에너지플러스 리츠’는 전국 189개 주유소를 자산으로 삼아 만들어진 리츠다. 주유소 측으로부터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국 도시 요지 곳곳에 들어선 주요소 부지의 지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리츠를 상장하는 동시에 다른 유망 상장 예정 리츠에 대한 투자에도 나섰다. 그동안 여러 리츠를 운용하면서 쌓은 경험과 전문 지식을 활용해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리츠를 선별한 뒤 이 리츠들의 지분을 상장 전에 저렴한 가격으로 사들여 높은 투자 수익과 함께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달 말 주식시장 상장이 예정된 리츠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두 건의 블라인드 펀드(1340억원)를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올 한 해에만 6~7건의 리츠가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블라인드 펀드 조성으로 우량 상장 예정 리츠에 선제 투자

국내에서 상장 예정 리츠만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블라인드 펀드가 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라인드 펀드는 운용사가 구체적인 개별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채 개략적인 투자 상품군과 목표수익률, 투자 전략만을 제시하고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으는 펀드를 말한다.

코람코자산신탁이 내놓은 두 건의 블라인드 펀드는 상장 예정 리츠에 투자하는 건 같지만 적용되는 투자 전략에선 차이가 있다. 설정액 640억원의 ‘코람코 Pre-IPO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9호’(이하 블라인드 펀드 9호)는 투자금의 60%(384억원) 이상을 앞서 설명한 ‘코람코에너지플러스 리츠’에 투자한다.

나머지 40%가량의 투자금은 안정으로 배당금을 받을 수 있고, 1년 이내에 상장이 예상되는 다른 리츠들에 투자한다. 펀드의 운용기간은 4년 가량이며 목표 수익률은 연 7%대다.

설정액 700억원의 ‘코람코 공모상장 예정 리츠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3호’는 상장 예정 리츠의 상장 전 단계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의 공모 청약 단계,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운용 기간은 7년이며 목표 수익률은 연 7%대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상장 예정된 리츠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며 “연기금과 공제회 같은 기관투자가들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투자자로 펀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