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전도 시계' 첫 건보 적용…원격의료 물꼬 의미 있다

입력 2020-05-20 17:44
수정 2020-05-21 00:16
휴이노라는 국내 디지털헬스케어기업이 개발한 ‘메모워치’(일명 심전도 시계)가 웨어러블 의료기기로는 처음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이 기기로 심전도를 재면 인공지능(AI)이 이상 여부를 의사에게 알리고, 내원 진료가 필요한지 의사가 판단하게 된다. 평소 부정맥을 앓던 환자들은 물론, 원격의료가 필요한 기저질환자 등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심전도 측정기능을 넣은 스마트워치 제품(애플워치4)은 이미 2018년에 나왔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심전도 시계’가 메모워치라는 사실은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다. 5년 전 개발되고도 국내의 까다로운 원격의료 규제에 가로막혀 작년에야 제품이 나왔다.

이번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데 정부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시장에서 잊혀질 뻔한 메모워치가 기사회생한 것은 작년 2월 ‘제1호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대상이 되면서다. 이후 의료기기 승인, 현행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 등 적극행정이 뒷받침됐다. 정부를 중심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본격화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건강보험 적용은 곧 의료시장에 진입한다는 의미다. 아직은 ‘내원 권고’하는 수준이지만 원격의료의 초기 서비스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건보 적용은 원격의료 도입과 점진적 서비스 확대로 나아갈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의사협회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낮은 보험수가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면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20년째 시범실시에 머물고 있는 원격의료가 메모워치를 통해 크게 한 발짝 내딛는 전환점을 맞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