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일명 ‘n번방 방지법’)이 입법 막바지 단계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일부 부족한 점이 있지만 해외사업자 등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정부와 21대 국회로 넘겨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업계·시민단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일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의 책임과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이용자의 게시물과 콘텐츠를 들여다보라는 것”이라며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 통신비밀 보호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문자, 카카오톡·라인 등에서의 대화, 이메일 등은 사적인 대화에 해당하는 만큼 인터넷 사업자가 관리할 의무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해외사업자에 대한 법 적용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작 문제가 된 해외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규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당장의 효력보다는 해외사업자에 대해서도 더 명확하게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이라며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사업자 의견을 수렴해 우려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상임위에 오랫동안 계류돼 있던 인터넷·통신 관련 법안이 ‘n번방 방지법’에 합쳐지면서 졸속 처리 비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안정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들어갔다.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에 대해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인터넷망 품질을 유지할 의무는 통신사에 있다”며 “통신사와 해외 기업 간 분쟁을 해결한다면서 국내 인터넷기업에 부당하게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업계는 “데이터센터의 시설과 관련 장비 자체가 영업비밀이자 핵심 경쟁력인데 관련 법안에는 설비운영 자료 공유, 정부의 설비 감독 조사권 보장 등 의무 조항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클라우드업체에는 관련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워 역차별 문제도 거론된다.
조수영/김주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