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서는 요즘 ‘7월 부도대란설’이 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봄과 여름 장사를 완전히 망친 패션업체들이 한꺼번에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백화점과 아울렛에 입점한 패션·잡화매장 상당수가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3월 국내 주요 백화점은 전년 동월 대비 40% 넘게 매출이 줄었다. 여성 캐주얼, 여성 정장, 잡화 등 중소 협력사가 많은 상품군의 타격이 특히 컸다. 장사가 안 돼 판매사원을 줄인 곳이 다수다.
국내 백화점업계가 이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이 무너지면 백화점과 아울렛도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국내 백화점업계 1위 롯데백화점이 가장 적극적이다.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닷새간 ‘상생 나눔 박람회’란 이름으로 협력사 지원 행사를 연다. 소비자 입장에선 백화점이 흔히 하는 이월상품 할인 판매다. 하지만 협력사로선 ‘가물에 단비’ 같은 행사다.
롯데는 판매수수료를 절반만 받기로 했다. 백화점은 입점업체들로부터 판매금의 평균 30%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를 절반으로 깎아준다. 롯데아울렛은 10~40%를 덜 받기로 했다. 판매대금도 더 빨리 지급한다. 행사 판매금은 보통 익월 말 정산 지급된다. 롯데백화점은 이를 20일 앞당겨 이번 행사 판매금을 다음달 10일 주기로 했다. 또 이미 조성해 놓은 100억원 규모 동반성장 기금을 활용, 업체당 최대 4억원까지 저리 대출해 주기로 했다. 이 행사에는 54개 협력사, 114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백화점이 협력사 지원에 나선 것은 롯데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3월 협력사 지원안을 내놨다. ‘코로나19 극복 지원금’이란 이름으로 생계가 막막한 협력사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월 100만원씩을 줬다. 신세계백화점은 2000여 개 중소 협력사를 상대로 4000억원 규모 상품 결제대금을 두 달이나 앞당겨 줬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