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 사고 파는 시대 온다…데이터 거래소 '첫단추'

입력 2020-05-11 15:34
수정 2020-05-11 15:36


금융분야의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는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소'가 11일 출범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보험정보, 소셜 데이터와 주가지수 등 이종산업간 데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대거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보안원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소' 오픈 기념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거래소 운영 기관인 금융보안원은 오는 8월 신용정보법 시행을 앞두고 미리 거래소를 열어 시범 운영한다.

데이터 거래소는 비식별정보, 기업정보 등의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중개 시스템이다. 금융정보 외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가 함께 거래될 수 있도록 통신, 유통 등 일반상거래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디지털 경제 시대를 선도해 나가려면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여러 인프라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금융데이터 거래소 시범 운영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하나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우선은 익명정보 위주로 거래되고, 8월에 신용정보법이 시행되면 가명정보의 결합, 거래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익명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해도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 가명정보는 다른 정보를 더하면 어느 정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뜻한다.

거래소는 데이터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데이터 검색·계약·결제·분석 등 유통 전 과정을 일체 지원한다. 거래 과정에서 데이터는 모두 암호화한다.

거래소의 특징은 필요한 데이터를 누가 가졌는지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수요자가 거래소를 통해 다수 공급자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요청한다.

이와 함께 거래 과정에서 정보 유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보안원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전송·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데이터 거래소 자체적으로도 철저한 보안관제 등을 실시, 거래소를 통한 데이터 유출 등을 철저히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데이터 유통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이를 통해 데이터 표준화, 적정한 데이터 가격산정 등을 지원해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국내 금융분야 데이터 유통은 초기단계로 금융데이터 유통 사례가 적고, 관련 절차·기준 등도 불명확하다"며 "이에 데이터 상품 유형 및 활용사례, 유통 절차, 데이터 표준화 및 가격산정, 유통 계약시 고려사항, 유통 데이터 사후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권 가이드라인을 발간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575억원 규모의 데이터 거래 바우처도 지원한다. 초기 데이터 거래 활성화 등을 위해 데이터 거래소를 통한 거래시 데이터 바우처를 지원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올해 예산으로 575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국내 데이터 시장이 아직 데이터 가격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해 구매자가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거래 활성화 장애 요인으로 '불합리한 데이터 가격'이 약 33%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과기부와의 협의를 통해 금융보안원을 금융분야 바우처 지원 전문기관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금융보안원은 금융분야 바우처 지원접수, 사전심사 업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비대면·빅데이터 등 디지털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데이터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비금융 신용평가회사(CB), 개인사업자 CB 등 새로운 참가자들을 육성해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금융보안원·금융결제원·신용정보원·코스콤·보험개발원 등 유관기관 5곳이 데이터 유통·활용 혁신 양해각서(MOU)에 서명했고, 금융보안원과 SK텔레콤은 금융·통신 융합데이터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