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배달·객실 청소까지…'언택트 시대' 일상이 된 로봇

입력 2020-05-11 15:15
수정 2020-05-11 15:17

로봇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요리, 서빙, 배달 등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이 속속 나오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로봇의 가치가 더 주목받고 있다. LG전자, KT 등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들도 로봇 관련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호텔·식당서 로봇 속속

KT는 지난달 현대로보틱스와 손잡고 새 호텔로봇 ‘엔봇’을 선보였다. 기존에 내놓은 호텔로봇에 비해 적재함 넓이를 1.5배 키우고, 이동 속도를 40% 이상 높였다. 김채희 KT AI·빅데이터 사업본부장(상무)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며 “로봇을 식음료, 오피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호텔로봇 서비스는 KT가 공들이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객실에서 기가지니TV 등을 활용해 수건, 생수, 칫솔 등 물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12월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첫선을 보인 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요리로봇, 서빙로봇 등을 개발해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작년에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 등촌점에 요리로봇 ‘LG 클로이 셰프봇’을 선보였다. 국수 코너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재료를 담으면 면을 삶고 담는 과정까지 모두 로봇이 담당한다. 이달에는 광주 광천점, 안양 비산점, 인천 예술회관역점에도 클로이 셰프봇을 투입했다.

서빙로봇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협업을 시작했다. 양사는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서빙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음식점에 로봇을 빌려주는 로봇 렌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야외 배송로봇은 기업들의 최대 관심 분야다. 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시장은 3조원에 육박했다.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배달 시장이 당분간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기업용 모바일 식대관리 솔루션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는 최근 비대면 점심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권대장 앱으로 식사를 주문하면 로봇이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배달에는 로봇 기업 로보티즈의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다. 배달의민족 역시 실내외 배달 로봇인 ‘딜리타워’와 ‘딜리드라이브’를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다만 야외 배송로봇 상용화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기술적·제도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는 시점에 맞춰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로봇 3년 새 60조원 규모로

로봇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국제로봇연맹은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지난해 161억달러(약 19조6000억원)에서 2022년에는 506억달러(약 61조8000억원)로 세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정의 가사로봇과 사업장의 요리·서빙로봇 등을 포함한 규모다.

해외에서도 서비스 로봇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배송로봇 ‘아마존 스카우트’를 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등지에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봇, 드론 등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물류기업 페덱스도 자율주행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미국 피자 매장 ‘줌피자’, 햄버거 매장 ‘크리에이터’ 등에서는 로봇이 음식을 조리한다.

산업 현장에서도 로봇 활용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공장에서 인간과 함께 작업하는 협동로봇, 물류를 관리하는 물류로봇 등이 대표 사례다. KT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협업해 자사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지니’와 결합한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협동로봇은 현대중공업의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조선소 구축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산업용 로봇은 현장에서 사람 간 접촉을 줄여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로봇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언택트 서비스 바람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로봇을 적극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산업계에서 자동화 로봇 투자를 늘려 생산 원가를 줄이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로봇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부처는 올해 로봇 활용이 미흡한 제조업종과 4대 서비스 분야에 1500대의 로봇을 보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사업에 1271억원을 투입한다. 산업부는 언택트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활용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