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독자적 동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지금까지 남북은 북·미 대화를 우선으로 놓고 추진했다”며 “그러나 북·미 대화는 당초 기대와 달리 여전히 부진한 상태이며 언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제안했던 남북 협력 사업과 관련해서는 “남북 철도 연결이나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개별관광, 이산가족 상봉, 실향민의 고향 방문, 유해 공동 발굴 등의 제안은 모두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아직 북한은 호응해오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존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도 있으며, 일부 저촉된다고 해도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업도 있다”며 “그런 사업을 함께 해나가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DMZ 내 한국군 감시초소(GP)를 향한 총격, 담화문을 통한 원색적인 비난 등 북한이 적대 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에도 북한에 손을 내밀 것임을 재차 시사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 지난달 판문점선언 2주년 기념사 등에서 밝힌 남북 보건협력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날의 안보는 전통적인 군사안보에서 재난, 질병, 환경 문제 등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인에 대처하는 ‘인간안보’로 확장됐다”며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협력은 비단 코로나뿐 아니라 말라리아 같은 다른 인체 감염병도 마찬가지”라며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고, 남북 국민 모두의 보건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우선 추진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