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의 기업워치]'고맙다 바리스타'…흰우유 매출 줄어도 컵커피 인기에 매일유업 '무차입 경영'

입력 2020-05-08 03:47
수정 2020-05-08 03:49
≪이 기사는 05월07일(07: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매일유업이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게 됐다. 컵커피 '바리스타'의 매출 호조와 원유 매입가 인하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차입금보다 보유현금이 많아져서다. 성인 영양식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브랜드 '셀렉스' 역시 출시 초반 부진을 벗고 영업흑자로 돌아서면서 당분간 무차입 경영이 유지될 전망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매일유업의 총차입금은 848억원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1052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04억원이다.

2017년만 해도 매일유업의 순차입금은 481억원이었다. 2018년 181억원으로 급감하더니 지난해에는 사실상 무차입 상태가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의 순차입금 마이너스 폭이 올해 이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2020년이면 매일유업의 순차입금 규모가 -12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사업 구조를 보면 크게 유제품과 음료·기타로 나뉜다. 백색시유(흰 우유)의 낮은 채산성으로 매일유업의 영업수익성은 2015년까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6년 원유 매입가 인하와 분유 매출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졌다. 3%대 초반이던 영업이익률이 단번에 5%대로 뛰어올랐다.



2017년 이후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으로 수출되던 분유 물량이 크게 줄었지만 컵커피가 이를 상쇄했다. 국내 최초 컵커피 브랜드 '카페라떼'와 프리미엄 컵커피 '바리스타' 매출이 크게 늘면서 오히려 고정비 부담이 줄고 영업수익성이 개선됐다. 적자를 내던 단백질 보충제 사업 부문도 탄력을 받았다. 이렇다 보니 매일유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엔 6.4%까지 높아졌다.

흰 우유의 주 소비자인 유소년층이 줄면서 주춤하던 유제품(분유 포함) 사업 부문을 커피·두유·셀렉스 등 음료·기타 사업 부문이 메워가면서 2015년 60.5% 대 39.5%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53.1% 대 46.9%로 조정됐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국내 신용평가사는 매일유업의 신용등급 상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일 매일유업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달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매일유업의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을 예상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유동성 확보가 신용도 유지에 중요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매일유업의 신용등급은 A+다. 한 단계만 상향 조정돼도 채권시장에서 우량한 기업으로 인식되는 AA급으로 올라선다.

사업 전망도 나쁘지 않다. 매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흰 우유 대신 저지방, 유기농, 기능성 우유 매출이 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컵커피 수출 역시 확대되고 있어 전반적인 매출 성장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업계 경쟁 심화가 부담 요인이지만 지속적인 신제품·프리미엄 제품 개발로 안정적인 수익창출능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당분간 신규 투자 계획이 없는 데다 자체 영업현금흐름으로 배당 등에 따른 자금 소요를 충당할 수 있어 실질적인 무차입 구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