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산업 일자리 창출 방안인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향후 2~3년간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대면 산업의 일자리를 확 늘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절벽을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다음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 때 한국판 뉴딜의 세부 추진 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달 중 3차 추경안 편성
정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한국판 뉴딜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기반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기존 토목사업 위주의 경기부양성 뉴딜과는 확연히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한국판 뉴딜은 대규모 재정 투자와 제도 개선을 병행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개념 아래 한국판 뉴딜의 3대 프로젝트를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로 정했다. 이어 3대 프로젝트를 구현할 10대 중점과제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합, 활용하는 등 전체 주기에 걸친 데이터 인프라를 갖추기로 했다. 또 국민 체감도가 높은 금융과 의료, 교통, 공공, 산업, 소상공인 등 6대 분야의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를 조기 구축하고 관련 융복합 사업도 강화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와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 산업으로 AI 융합을 확산할 방침이다.
정부는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원격교육 기반을 조성하고 클라우드와 사이버안전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어 SOC의 디지털화를 위해 노후 국가기반시설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물류서비스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5월 중 하반기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한국판 뉴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방안 중 연내 집행할 수 있는 사업은 3차 추경안에, 나머지 사업은 내년 및 2022년 예산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원격의료는 법 개정 후 논의”
정부는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월 24일 이후 보건소에서 만성질환자와 거동 불편자 등을 대상으로 전화 의료 상담과 처방이 가능해졌는데 이 서비스 범위를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김 차관은 “이미 하고 있는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보강하는 데 국한된다”며 “본격적인 원격진료를 하려면 의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입법을 통해 검토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본격적인 원격의료가 허용돼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면서도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있는 만큼 21대 국회에서 방향을 먼저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또 한국판 뉴딜로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일자리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디지털 지도를 만들 때 개별적으로 수많은 거리를 찍어 정보를 가져와야 하고 거리 등과 함께 찍힌 사람들도 익명화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안 보이게 하는 일을 수행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데이터 수집과 가공에서 청년들한테 굉장히 좋은 일자리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이어 “공공 분야의 데이터를 민간에서 활용할 용도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새로운 작업”이라며 “그 과정에서도 수많은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판 뉴딜이 5G·AI 등을 선점한 대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중요한 원칙은 포용적 회복”이라며 “사각지대와 양극화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