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무마' 靑 행정관 재판에…'몸통' 김봉현, 혐의 부인

입력 2020-05-01 17:35
수정 2020-05-02 01:54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뇌물을 받고 금융감독원 내부 정보를 빼준 혐의로 1일 재판에 넘겨졌다. 라임 사태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이날 검찰에 구속 송치되면서 라임 수사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제3자 뇌물수수, 금융위원회설치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행정관을 구속기소했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직무상 얻은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김 전 회장으로부터 36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동생 김모씨를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앉혀 급여 명목으로 1900만원을 받도록 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김 전 행정관의 동생이 받은 급여도 뇌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행정관이 금품을 받은 대가로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조사 문건을 김 전 회장에게 건네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경찰 수사를 받던 김 전 회장도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김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횡령금 241억원 가운데 86억원은 수원여객 계좌로 돌려놔 실제 사라진 회삿돈은 155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89억원을 김 전 회장이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자격으로 기계장비회사인 인터불스를 인수하고, 대여금을 상환하거나 투자금으로 썼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인터불스는 김 전 회장에게 인수된 뒤 지난해 7월 사명을 스타모빌리티로 바꿨다.

경찰은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66억원에 대해 김 전 회장을 추궁하고 있다. 그는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데 썼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평소 알고 지내던 A씨로부터 돈을 빌렸을 뿐 횡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을 송치한 만큼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잠적해 5개월가량 도피하다 지난달 23일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올초 1조60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 사태의 ‘몸통’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꼽히며 세간에 알려졌다.

양길성/수원=윤상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