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 생활을 하는 30대 여성 친구가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기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니 갑자기 터져나오는 기침 때문에 주변에서 눈총을 받는 데다 매번 감기가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했습니다.
국내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2015년 약 260만 명에서 지난해 3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사람이 섭취한 음식물은 식도를 지나 위로 내려갑니다. 위로 한 번 내려간 내용물이 식도로 다시 올라오지 않도록 역할을 하는 괄약근이 있습니다. 괄약근 기능이 떨어져 위 속 물질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오면 통증과 불쾌함, 심하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데 이를 흔히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부릅니다.
역류성 식도염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가슴뼈 뒤쪽이 타는 것 같은 느낌인데 호전과 악화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음식물을 삼킬 때 삼킴 곤란이나 흉부에 음식이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요. 심하면 구토, 구역 등의 증상까지 나타납니다. 인두와 폐 기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만성 기침이나 기관지 천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충치와 잇몸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군요.
역류성 식도염의 증가는 현대인의 식습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잦은 야식, 과식 후 바로 눕기, 괄약근 압력을 낮추는 기름진 음식 먹기, 음주, 흡연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런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은 당뇨와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담배를 피운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커피 콜라 오렌지주스 토마토주스 등 역류성 식도 질환 증상을 유발하는 음료는 피해야 하지요. 기름진 음식은 위 속에 오래 남아 있어 역류가 생길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잠을 잘 때 상체 부위를 약간 높게 하고 꽉 끼는 옷을 피하며 식후에 곧바로 눕지 말아야 합니다. 이정훈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생활 습관의 변화를 어려워하는 환자가 많지만 약물요법을 쓰더라도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은 필수”라고 했습니다.
초기에 생활 습관 변화로도 증상이 충분히 나아지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하게 됩니다. 역류된 위산의 농도를 약하게 하는 방법인데요. 소화성 궤양이 생겼을 때 쓰는 약과 같습니다. 약물요법과 식생활 변경만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약물요법이 효과적이지만 약을 끊을 수 없는 경우에는 느슨한 하부식도괄약근을 수술로 조이는 수술적 치료법 또는 내시경 치료법을 고려합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한 상태로 지속되면 아주 드물게 식도 협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 식도 하부의 편평 상피가 염증으로 인해 변형되는 바렛식도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도에는 편평상피암이 흔하지만 바렛식도에선 치료가 힘든 식도선암이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렛식도 진단을 받으면 정기 검사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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