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19로 문닫은 육류 가공업체 영업 명령

입력 2020-04-29 13:35
수정 2020-07-28 00: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급망 붕괴 위기에 놓인 육류 가공업체가 생산을 이어가도록 행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에 따라 육류 가공공장을 식량 공급에 필수 역할을 하는 인프라로 지정하고 직원들에게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연방 정부가 민간 기업 등에 전략물자 생산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같은 의료기기의 공급을 늘리겠다며 이 법을 발동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은 미 육류 가공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잠정 폐쇄되거나 주 정부 지침에 따라 공장을 폐쇄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식량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26일 주요 육류 가공업체인 타이슨 푸드의 존 타이슨 회장은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에 호소문 형식의 광고를 실었다. 타이슨 회장은 “공장이 문 닫으면서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고기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당국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육류 가공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선 것은 마스크 지급 및 격리 등 직원 보호에 소홀해 코로나19 감염을 방치했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타이슨 등 육류 가공업계의 문제를 해결할 명령에 서명하겠다고 시사했다. 이번 명령은 타이슨 뿐 아니라 소고기와 닭고기와 계란,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미국 육류 생산시설의 80%가 폐쇄됐기 때문에 백악관이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등은 반발하고 있다. 미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EWG)은 이번 행정명령을 “잠재적인 사형선고”라 부르며 비난했다. 식품산업노조(UFCW)는 노동자가 안전하지 않으면 음식 공급 역시 안전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UFCW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미국에서 육류와 식품 제조과정에서 일하는 노동자 최소 20명이 사망했고 육류포장을 하는 노동자 5000여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격리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