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은 괜찮겠지"…비수기에도 예약 꽉차

입력 2020-04-14 17:19
수정 2020-04-15 00:1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느낀 시민들이 도심 밖 야영장(캠핑장)에 모여들고 있다. 하루 수백 명이 오가는 데다 공용 세척장·샤워실 이용으로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경기 강원 등에 있는 주요 캠핑장은 이달 말까지 주말 예약이 다 찼다. 경기 화성의 G캠핑장은 이번달까지 66개 숙소가 전부 만실이다. 이곳은 하루 최대 200명이 오갈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루 최대 58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김포의 한 캠핑장도 이달 주말 모두 만실이다. 강원 양양의 한 캠핑장은 다음달 둘째주까지 주말 예약이 끝났다. 경기 가평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보통 6~8월이 성수기인데 올해는 비수기인 4월에도 주말 예약이 전부 찼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야영장은 2168곳이다. 산과 강을 끼고 있는 경기(485곳)와 강원(319곳)에 주로 모여 있다.

지난주 가평의 한 캠핑장에 다녀온 직장인 이모씨(30)는 “한 달 동안 재택 근무를 한 탓에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며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과 캠핑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캠핑장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날씨가 따뜻해진 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경계심이 무뎌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야영장이 야외라고 해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샤워실, 화장실, 세척장 같은 공용시설이 집단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야영장 숙박시설 면적이 33㎡(10평) 정도로 좁은 것도 위험 요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활동이라고 해도 사람이 많이 모이고 접촉을 피하기 어려운 곳에선 감염 위험성이 높다”며 “인파가 모이는 장소는 되도록 가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당분간 지역 내 캠핑장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강원 정선군은 오는 19일까지 캠핑장 아홉 곳의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 원주시 춘천시 등도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캠핑장 운영을 중단할 계획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