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의 기업워치]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자동차 부품 업체, 말라가는 유동성에 흔들리는 신용도

입력 2020-04-09 15:13
수정 2020-04-17 15:06
≪이 기사는 04월08일(11:0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뒤흔들고 있다. 소비심리에 민감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

신용등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자동차 부품 업체의 등급 강등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면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잉여현금흐름(FCF)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투자금액을 빼고 남은 현금을 말한다. 현금 유입과 유출만 따져서 실제 기업이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를 보여준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특히 주목하는 지표다. 잉여현금흐름이 줄거나 적자로 전환하면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자동차용 차체 부품을 생산하는 신원은 지난해 28억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했다. 전년(32억원) 대비 12.5% 줄었다. 차량 모델 교체 때 수주를 위해 투자를 진행하면서다. 신원은 현대·기아자동차 등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05.1%에 달해 차입부담이 큰 편이다.

문제는 올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업황이 꺾이면서 급격한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신원의 잉여현금흐름 규모가 1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대비 약 3분의 1 토막이다.



신원은 토지나 건물 등 대부분 자산을 차입금 담보로 제공하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다. 신용등급도 BB-로 투자적격등급에 해당하지 않아 기관투자가의 수요를 이끌어내기도 어렵다.

자동차용 섀시 등을 생산하는 화신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화신은 현대차그룹 섀시 물량의 절반을 공급할 정도로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설비투자에 현금창출능력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수요 부진이 심화할 수밖에 었다"며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100억원 적자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자동차 부품 업체 부산주공은 이미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838%에 달해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CB)의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해서다. 부산주공은 2018년까지 공장 신축 관련 비용이 발생하고 신설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이후엔 고철가격 상승 등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판가 인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영업수익성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주공은 과중한 차입 부담으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순손실을 내고 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을 제한하면서 자동차 수요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연쇄적으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자동차 관련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동차 산업은 소비자 수요와 소비심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코로나19의 충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전년 대비 약 1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 2분기에는 30% 안팎의 감소세를 전망했다.

하루 빨리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생산 조정이 불가피하고 한계기업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해 업체 간 통폐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수요 회복이 관건"이라며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중소기업들은 대금 지급 부담과 금융권의 압박이 현실화돼 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