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해제 검토하는 유럽…"외출할 때 마스크 의무착용"

입력 2020-04-07 07:51
수정 2020-07-06 00:02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봉쇄조치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외출금지령 등 봉쇄조치를 완화하는 대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스트리아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봉쇄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사태 초기 ‘집단면역’을 앞세워 봉쇄조치 발령을 늦췄던 영국과 스웨덴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통계전문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7일(한국시간) 오전 7시 기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34만408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7만4441명이다. 미국 누적 확진자는 36만340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날 하루새 2만70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전 세계 감염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누적 사망자도 1만763명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확진자 기준으로 스페인(13만6675명)과 이탈리아(13만2547명)가 미국의 뒤를 이었다. 이어 △독일(10만2453명) △프랑스(9만8010명) △중국(8만1708명) △이란(6만500명) △영국(5만1608명) 등의 순이다.

스페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637명의 신규 사망자가 발생했다. 누적 사망자는 1만3341명이다. 하루 기준 사망자 수로는 지난달 24일 이후 가장 적다. 9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일 이후 일일 사망자 수는 5일째 감소하고 있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정부가 지난달 중순 도입한 봉쇄조치가 코로나19 확산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스페인 전역에서 확산세가 진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오는 25일까지로 예정된 외출금지령과 상점 폐쇄령 등 봉쇄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란차 곤살레스 라야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기업들이 마스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외출이 가능할 때가 되면 마스크를 구입해 착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 수는 20여일만에 처음으로 3000명대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13만2547명으로, 전날보다 3599명 증가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17일(3526명) 이래 처음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까지 4000∼6000명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주민 외출금지령은 다음달까지 연장하되, 사업장 폐쇄명령은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오는 14일부터 400㎡ 이하의 소규모 상점의 영업 재개를 시작으로 단계적인 완화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봉쇄조치를 완화하는 유럽 국가는 오스트리아가 처음이다. 다음달 1일부터는 모든 상점이 문을 열 수 있고, 다음달 중순께는 호텔과 식당 운영도 재개된다.

다만 상점 내부에선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오스트리아 정부는 공공장소에 대한 이동제한령은 계속 유지하고, 휴교령도 다음달 중순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되면 언제든지 봉쇄조치를 재발령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정부는 당초 예정된 오는 19일까지는 봉쇄조치를 일단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이후엔 봉쇄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한다는 전제 하에 봉쇄조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역사적으로 가장 큰 시험에 들었다”며 “전염병 사태에서 마스크 등을 자립 생산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일반인이 마스크를 사용하게 되면 의료진이 사용할 분량이 부족하게 돼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영국은 당초 이번 주말까지 적용하기로 한 3주간의 봉쇄조치를 다음달까지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과 함께 사태 초기 많은 사람이 면역력이 생기도록 하는 ‘집단면역’을 앞세워 봉쇄조치를 내리지 않은 스웨덴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금지령 등 강력한 조치를 조만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