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초·중·고교 개학 연기, 기업 재택근무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름 일정으로 지난달 22일 시작했지만 여전히 하루 1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감염을 다시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며 “당분간 개학이 어려워진 가운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을 더 연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가능하면 주말 전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앞으로의 진행 방안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오는 5일로 예정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이 유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감염원의 이동을 막는 강력한 봉쇄정책이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등 경제·사회적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2주 더 연장한 뒤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오는 15일 치러지는 총선 전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중단했다가 확진자가 급증하면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이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성과를 거뒀다”며 “경기 부천 생명수교회 관련 확진자 중 어린이집 종사자가 4명 포함됐지만 해당 어린이집이 임시휴원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 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일상생활을 수행하면서 코로나19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생활방역 지침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한국건강학회 이사장)는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기 전에 지침이 나와야 예행연습하면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당과 매장 등에서 손 소독제와 일회용 비닐장갑을 활용해 손을 통한 감염 위험을 낮추고 기업에서 직원과 고객의 동선에 따른 감염예방과 컴퓨터 사용 등 업무 지침을 마련하는 등 세부적인 매뉴얼도 필요하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캠페인이나 일방적인 사회·행정 규제방식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의사협회, 의학회, 과학계 등이 참여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권고문을 만들고 사회적 공론화 기구에서 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생활방역’처럼 뜻을 알기 어려운 용어 대신 물리적 거리두기, 신체적 거리두기 등의 용어를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