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2월 하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보건부를 시찰하며 장관과 함께 들여다본 현황판은 정부 자료가 아니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도 아니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사립대학 존스홉킨스대의 사이트였다. 부통령이 정부기관보다 사립대 통계를 더 신뢰한 이유는 무엇일까.
존스홉킨스대 과학기술시스템센터는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만 발견되던 1월 22일 이미 ‘코로나 지도’를 만들었다. WHO와 각국 자료를 1차로 반영하고 지방정부 통계, 언론 보도, 의료인 소셜미디어까지 더해 실시간으로 자료를 갱신했다. 각국 정부와 주요 언론들은 이 통계를 인용해 현황을 전한다. 사이트 방문자는 하루 10억 명이 넘는다.
존스홉킨스대의 앞선 기술과 정보는 그동안 뎅기열 홍역 등 감염병 역학조사를 위해 개발해둔 프로그램 덕분이다. 미국 최고의 의료·보건 분야 명문이자 임상역학 연구의 최고봉이라는 자부심도 한몫했다. 여기에 설립자의 교육철학과 기부자들의 거액 장학금,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요소가 더해졌다.
1876년 설립된 이 대학의 창립자는 사업가 존스 홉킨스다. 평생 미혼으로 지낸 그는 인재 양성을 위해 전 재산(당시 700만달러)을 기부했다. 그때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이었다. 설립 3년 전 세상을 떠난 그는 이 돈을 대학과 병원 육성에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학교 출신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지금까지 33억달러(약 3조7000억원)를 기부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존스홉킨스대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40여 명이나 배출됐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도 이 대학 교수다.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교육이념 또한 주목된다. 이 대학은 인문학적 탐구와 대학원 위주의 연구 중심 학습을 중시해 왔다. 그 결과 의학 생물 화학 분야 위상이 높다. 존스홉킨스대병원은 미국 최고로 꼽힌다. 가장 큰 경쟁력은 관련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협력하는 통합의료 시스템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정보와 기술은 갑작스런 재난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에는 아직 존스홉킨스대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코로나 지도’가 없다. 그나마 최초의 ‘코로나 맵’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린 주인공은 대학생이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