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버스터즈 "록 본고장 영국서 투어 큰 깨달음…우리만의 음악 할 것"

입력 2020-03-31 09:23
수정 2020-03-31 09:44

"밴드 생활을 하면서 정규 앨범을 2장이나 냈고, 흔들리지 않고 이모코어(Emocore) 장르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록스타가 되고 싶다'는 친구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어요."

밴드 버스터즈(안준용, 노대건, 이계진, 조환희, 조태희)의 음악에는 감성적인 멜로디와 묵직한 메시지, 여기에 스크리밍 창법까지 이모코어 장르를 대표하는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 있다. K팝 신에서는 언젠가부터 생소한 장르가 되어 버린 코어 계열 록이지만 이들은 '버스터즈만의 멋'으로 묵묵히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버스터즈는 지난 27일 정규 2집 '원스 앤드 포 올(Once and for All)'을 발매했다. 이는 2017년 4월 발매한 정규 1집 '리브 인 호프(Live In Hope)' 이후 약 3년 만에 내는 정규 앨범으로, 트리플 타이틀곡 '스멜 더 랏(Smell the Rot)', '원스 앤드 포 올', '컬러스(Colors)'를 포함해 총 14곡이 수록됐다. 버스터즈의 강점인 하드코어 록 사운드부터 팝 멜로디, 록 발라드까지 다채로운 음악적 시도가 담긴 앨범이다.

버스터즈는 이번 앨범에 대해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혀보고자 했던 생각이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밝히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고 했다. 다섯 멤버가 전부 동갑내기인데 성격이 다 다르다. 곡 작업을 할 때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지 않고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 '원스 앤드 포 올'의 곡들을 듣다 보면 어떤 노래는 '역시 이런 음악이 버스터즈지'라는 생각이 들 거고, 또 어떤 것들은 '얘네 변질됐네'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많은 장르를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앨범 발매 전 버스터즈는 록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첫 월드 투어를 마쳤다. 당시를 회상하며 노대건은 "한국에서도 다들 아는 콜드플레이, 퀸, 뮤즈 등의 뮤지션이 나온 나라지 않느냐. 가족 단위로도 록 공연을 즐기러 오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더라"면서 "우버를 타고 이동하는데 기사가 한국에서 왜 왔냐고 묻더라. 그래서 밴드라고 했더니 우리 음악을 귀가 찢어질 듯 크게 틀고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여기서 공연을 하면 잘 어울리겠다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낯선 영국 땅에서 설렘을 가지고 스타트를 끊은 투어였지만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고. 안준용은 "처음 가보는 나라라 시차나 음식도 맞지 않고, 일정도 쉼 없이 이어져서 힘들더라"고 말했다. 특히 노대건은 "나는 스스로 관객수를 신경 안 쓸 줄 알았다. 근데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레전드급 밴드들이 초창기에 공연했던 곳에서 우리도 한 것이었다. 그분들도 이렇게 시작해서 멈추지 않고 음악을 했기에 결국 잘된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버스터즈는 투어 3회까지는 방학 시즌 대학가에서 공연을 하게 돼 당황했지만 이후 런던으로 가서는 오히려 많은 이들이 공연을 즐기러 와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런던 공연장이 너무 커서 걱정을 했는데 많이들 와주셨더라. 현지 팬분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봤는데 라이브는 처음이다. 너희들은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에는 더 큰 무대에서 볼 거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면서 영국에서의 공연을 "마음이 편했다. 자신감도 더 생기더라"고 추억했다.

그러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어떤 록 밴드는 한달 투어를 하면서 25일을 공연했다고 하더라. 앞으로 우리도 이대로 더 잘 해나가면 오래 하는 날이 있을 거다. 그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록 밴드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과 생각을 전했다. 노대건은 "요즘엔 밴드에 투자하려는 환경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밴드를 성심성의껏 만들려는 게 없어지면서 점점 더 멀어지는 비주류로 낙인이 찍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면서도 "사실 주류, 비주류를 나누는 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듣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밴드든 아이돌이든 명곡이 나오고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된다면 그게 바로 주류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안준용은 "우리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한다. 곡을 만들고, 합주하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녹음까지 다하고 나면 너무 많은 테이크를 반복했기 때문에 그 노래가 싫어진다. 근데 또 결과물이 나와서 우리끼리 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게 재밌다. 다섯 명이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희열도 느낀다"면서 "같이 음악을 오래해오다 보니 이상보다는 현실이 더 크게 다가와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음악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계진, 조환희, 조태희도 입을 모아 "해외든, 국내 활동이든 불러주면 다 간다"면서 "우리가 하는 이모코어라는 장르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우리 역시 코어 음악을 하는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으며 시작했다. 그런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장르를 떠올리면 그 중 하나에는 우리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공연을 많이 하고, 팬층도 넓혀서 점점 큰 규모의 공연을 하면서 노출이 많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어렸을 때 음악을 시작하게 해준 동기가 됐던 아티스트들처럼 버스터즈 역시 영향력 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아직도 이런 음악을 하는 밴드가 있냐는 말이요? 그런 말을 들었으니 이제는 '그렇게 계속 하더니 결국 됐네'라는 말을 들어야죠."(웃음)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