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으로 신음하던 두산중공업이 끝내 일부 휴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원자력 발전, 해수 담수화 플랜트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실적을 쌓은 기업이 휴업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게 재계 반응이다. 주목되는 것은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정책을 이번 휴업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노조에 보낸 휴업 협의 요청서에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가 취소돼 10조원 규모의 수주물량이 증발하며 경영위기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2월 수립된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백지화된 것을 위기의 주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2017년부터 3년간 이 회사가 낸 순손실 규모는 총 6000억여원에 달한다. 휴업에 들어갈 경우 두산중공업은 근로기준법 46조에 따라 휴업 대상 직원들에게 평균 임금의 70%만 지급해도 된다.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아껴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구상이지만, ‘코로나19 충격’ 등으로 올해 전 세계 설비 가동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 부활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두산중공업이 개발에 참여한 3세대 한국 원전 APR-1400은 지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을 받은 최초의 비(非)미국 원전이다. 세계 발전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기술에는 1959년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Ⅱ’를 도입하면서 시작된 한국 원자력산업의 역사도 녹아들었다. 그런 두산중공업이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악화된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강변했다. 탈원전이 60년간 쌓인 원전 노하우를 무너뜨리고,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휴업 카드’까지 꺼내게 된 두산중공업을 보고도 정부가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