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코로나가 촉발시킨 디지털 가속화…기존 질서 재편한다

입력 2020-03-10 18:09
수정 2020-03-11 00:21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휘청이고 있다. 유가 하락도 이 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한다. 일부에선 글로벌 경제가 이전의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때처럼 곧바로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묵은 경제의 과제가 쏟아져나왔기 때문에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디지털이 강화되면서 기존 질서를 와해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 온라인 강의 등 사회 곳곳에서 가능한 디지털 기술이 파고들고 있다. 대유행이 지나간 뒤의 미래를 그리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가 9일(현지시간) 2013.76포인트(7.79%) 급락했다. 하루 하락폭으로는 최대다. 닷새 전보다 11%나 폭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주일 동안 6% 폭락했다. 한국 또한 5일 전에 비해 5.8%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고 750억달러의 긴급 유동성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시장은 상관없다는 듯 하락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불안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유가도 30% 넘게 곤두박질하면서 시장에 공포를 더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당장 중국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가 심각하다. 중국은 2003년 세계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3%에 불과했지만 2018년 11.7%로 높아졌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4.3%에서 지난해 16.9%까지 커졌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마찰로 공급망 복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발생으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업계에서의 공급망 파괴가 그렇다. 중국에서 원재료를 가져다가 인도에서 가공하는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내려도 공급망이 회복되지 않으면 공급과 수요에서 동시에 충격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폭락도 위기에 한몫

소비 위축도 발생한다. 서비스업이 타격을 입는다. 여행과 항공업종은 말할 것도 없다. 골드만삭스는 사교와 모임을 위주로 한 대면 업종인 엔터테인먼트, 외식, 교회 예배 등의 서비스업이 성장률 하락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비스업종은 미국 GDP의 1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영향은 대개 생산활동과 여행, 상업활동에 대한 일시적인 공급 측 혼란에 그친다. 역사적으로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혼란이 GDP에 크게 영향을 준 적은 없다. 하지만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충격을 주는 게 코로나19의 특성이다.

시장에서는 기존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와 비교한다. 필립 슬레작 AB번스타인 이코노미스트 등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역사적인 팬데믹 시점에서 경제는 대부분 V자형으로 반등했다. 팬데믹이 전개되고 난 뒤 경제적 충격이 일어나고 곧바로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때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홍콩 전염병(1968) 모두 V자형 경기침체를 보였다. 스페인 독감 때엔 미국에서만 67만 명이 사망했지만 1918년 미국 GDP 증가율은 겨우 0.5%포인트 내려갔다. 사스 때에도 세계 GDP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정상을 회복했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 대유행도 이런 주기를 닮아갈 것이라고 예측된다.

중국 체제 모순 따른 위기도 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가 미치는 경제 파급력은 이전 사례와 근본부터 다르다. 2018년 항공 여객 수는 420억 명에 달했다. 1970년에는 3억 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증가한 항공 여행이 불과 두 달 사이에 바이러스를 세계 95개국에 전파하는 주요 통로가 됐다. 세계 경제 규모는 30년 전에 비해 3배 넘게 확대됐다. 세계 인터넷 가입자들은 세계 인구의 절반인 38억 명이다. 지구촌의 38억 명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이다. 이 같은 초연결 세상에서 감염 정보는 순식간에 지구촌을 뒤덮는다. 사람들은 감염이 되지 않았더라도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경제적 활동을 줄인다. 위기와 불안이 글로벌화되고 있다. 글로벌 사회에서 바이러스가 가장 큰 적이라고 하는 주장이 현실화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바이러스만이 경제 충격의 전부는 아니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도 존재한다. 저출산 고령화는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만 해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07년 67.3%로 최고점을 찍은 뒤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기업의 자동화로 정보기술(IT) 관련 인력은 늘어나는 반면 제조 인력은 갈수록 줄어든다. 중국의 체제 모순에서 나오는 위기의 증폭도 계속 대두된다. 기업들의 실적은 좋아지지 않고 부채는 해마다 쌓이고 있다. 국가마다 좀비 기업은 늘어난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한데 헝클어져 주식을 끌어내리고 공포를 키웠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팬데믹은 U자형(급락 후 서서히 성장하는 형태)이나 L자형 (급락 후 반등하지 못하는 형태)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디지털 혁신이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 경제가 2%대의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건 디지털이 이끄는 기술 주도 경제의 전환 덕분이라고 못박고 있다. 미국 경제의 걸림돌이었던 생산성 혁신이 IT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IT 혁신이 코로나19를 맞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재택근무가 활성화하고 있다. 당장 실리콘밸리를 달리는 고속도로에 교통량이 거의 없다고 한다. 60만 명의 미 IT기업 종사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심지어 중국도 마찬가지다. 일본 NTT도코모에선 20만 명에 달하는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재택근무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등 캘리포니아 대학들은 이미 온라인 강의 체제로 돌아섰다. 한국 일본 등에서도 온라인 강의가 대폭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도 마찬가지다. 지금 택배를 통한 음식 주문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금융과 온라인 의료 등도 급속히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소비·공급망 출현할 듯

디지털이 가속화되면서 그동안 사회적으로 온라인이 미진했던 부분에 급속한 탈바꿈이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의 업그레이드요 가속화다. 세계적인 대유행을 불러일으킨 건 글로벌화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이젠 디지털로 공급과 소비가 다른 구조로 변한다. 20세기 산업사회, 대중사회가 만든 조직과 문화가 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소비가 일어나고 새로운 공급망이 생긴다. 분명한 건 기존 패러다임이 파괴되고 네트워크 사회가 가속화된다는 거다. 그게 진정 분권화인지는 알 수 없다. 정작 이번 시장에서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디지털화의 바람이 시장에까지 불지 않았던 모양이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