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지출은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났다. 2009~2016년엔 4조~5조원 사이에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7년 6조2895억원, 2018년 7조9188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8조870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8조원을 넘어섰다.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는 지난해 고용보험 기금운용계획을 세 번이나 바꾸면서 실업급여 예산을 늘렸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악화가 우려되자 작년 10월엔 고용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23.1%(0.3%포인트) 올렸다. 정부는 올해 실업급여로 9조5158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이 역시도 지켜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실업급여 지급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이유로 정부는 ‘보장성 강화’를 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3년간 33% 인상돼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의 90%)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실업급여 수급 기간도 확대됐다. 가입 기간과 연령에 따른 지급 기간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연장됐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기준액 인상과 수급기간 연장만으로 고용보험 지출의 가파른 증가세를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직자가 늘어난 데다 취업하더라도 단기간만 일하고 다시 실직 상태에 빠지는 등 고용의 질이 계속 나빠지는 점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난 2월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만7000여 명 증가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신청자의 업종은 주로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에 몰려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서비스업 등의 실업급여 지급 신청도 이달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근로자 해고 대신 고용 유지를 택한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하루 1000건을 넘는다.
고용 사정이 나빠지면 고용보험료 납부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급여나 고용유지지원금 등 고용보험 지출이 크게 증가하면 기금 재정 악화는 불가피하다. 고용보험료율도 또 올릴 수밖에 없다. 기업과 가계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인데 사회보험 부담까지 늘어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09~2018년 국민이 부담한 4대 사회보험비용은 연평균 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연평균 2.3%였다. 사회보험료 인상 폭이 물가보다 세 배 이상 큰 셈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미증유의 상황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종합적인 고용·경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 수급 대책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그나마 내놓는 정책도 상품권 발행 등 소비진작책 수준에 머물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