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이르면 이번주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다. 해외금리 파생결합증권(DLF) 손실 사태와 관련한 개인 제재가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손 회장의 운명도 갈릴 전망이다. 오는 25일 주주총회 전까지 징계 효력이 멈추면 연임이 가능해진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도 손 회장의 소송결과에 따라 소송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하나 6개월 사모펀드 못 팔아
금융위원회는 4일 정례 회의를 열고 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안(기관 제재)을 확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올린 검사 결과 조치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은 5일부터 6개월간 사모펀드를 신규 판매할 수 없다. 또 영업 일부 정지가 끝나는 시점부터 3년간 신사업에도 진출할 수 없다.
금융위는 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각각 197억1000만원과 167억8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DLF 상품 판매 시 설명서 교부 의무, 설명·녹취 의무, 부당한 재산적 이익 수령 금지, 내부 통제 기준 마련 등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기관 제재가 원안대로 확정된 만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도 조만간 통보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해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내렸다. 문책 경고가 확정되면 현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향후 3년간 금융권에 취업할 수 없다. 금융위가 제재안을 확정하면 금감원은 이를 1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보한다.
“법원 판단 받겠다” 소송 공식화
우리금융은 이날 소송 돌입을 첫 공식화했다. 25일 주총 전 징계가 통보되면 손 회장이 연임을 강행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국의 판단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문책 경고 정당성에 대해 한 번 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법원의 바른 판단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원덕 우리금융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면서 지배구조 안정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사회는 이날 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안에도 최종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의 주체는 징계 대상인 손 회장 개인이 된다. 손 회장은 주총이 열리기 전에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낼 전망이다. 법원이 주총 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연임 임기를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가처분 신청이 길게는 1주일가량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주에는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다.
함 부회장은 손 회장의 행보를 지켜본 뒤 소송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함 부회장은 임기가 올해 말까지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출 작업도 이즈음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상반기 중에는 소송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소송 제소 기간은 처분 통지 후 90일 이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금융사 임원들이 집행정지를 받아낸 사례가 많은 만큼 손 회장 사례도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그룹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소람/임현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