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는데 ‘마스크 대란’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내놓은 공적판매 등의 대책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3일 또 다른 대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재기 방지책 실효성 의문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 생산량의 50%를 약국,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서 공급하는 대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 2일 588만 장, 3일 576만 장 등 공적 판매량은 목표치(하루 500만 장 이상)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럼에도 약국이나 우체국에서 마스크가 금방 품절돼 구입하지 못한다는 아우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가수요와 사재기를 잠재우지 못하는 정책의 허점이 주요 문제로 거론된다. 공적 판매처에선 1인당 5장으로 판매량을 제한한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가 여러 매장을 발 빠르게 돌면서 대량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나머지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사재기 문제가 해결이 안 되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활용’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DUR은 약을 처방할 때 주의 사항을 의사와 약사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전산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마스크를 살 때 건강보험증 등 개인정보를 DUR에 입력한 뒤 이를 다른 공적 판매처와 공유하면 중복 구매를 막을 수 있다는 게 홍 부총리의 생각이다. 정부는 사흘 안에 DUR을 마스크 판매에 적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책은 실행 가능성부터 불확실하다. DUR을 운영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DUR은 ‘알림’ 기능만 있고 약사가 정보를 입력할 수는 없어 사재기 방지용으로 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날 밝힌 ‘공적 판매 비중 확대’ 방안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가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 생산량 50% 공적 판매처 공급’ 조치를 시행한 뒤 납품 물량이 확 줄어든 민간 유통업체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부 제조업체는 계약을 해지한 거래처로부터 소송 제기 압박까지 받고 있다.
“원자재 수급 불안부터 해결해 달라”
전문가들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선 유통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마스크 생산량 자체를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마스크를 이틀에 하나씩 사용해도 하루 1250만 장이 필요한데 공적 판매 물량(500만 장)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신속한 생산 물량 확대를 강조한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대안으로 ‘공공 비축제’ 도입을 제시했다. 현재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시설을 증설해 마스크 생산량을 늘려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떨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때 정부가 쌀처럼 마스크도 평상시에 비축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수요를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다.
업계는 공공 비축제 도입에 환영하면서도 더 급한 것은 ‘원자재 수급 안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스크의 핵심 원자재인 멜트블로운(MB)필터가 특히 문제다. 마스크용 MB필터는 약 2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에서 MB필터 수출을 막으면서 “원자재가 없어 생산을 못한다”는 업체가 늘었다. 한 마스크 유통업체 관계자는 “중소 마스크 제조업체 10%는 원자재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생산 확대를 저해하는 요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등 생산 비용이 확 뛰었는데 정부가 공적 판매량은 납품가를 낮게 책정하도록 강요해 수익성이 나빠졌다”며 “시설 투자를 해 생산량을 늘리라면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쓰니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