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의 막이 오르면서 상장사들이 주주 친화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중간·분기·차등 배당에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정기 주총에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데다 소액주주마저 주주 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주주 친화 방안 봇물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 때 중간·분기·차등 배당 안건을 상정한다고 공고한 상장사는 30여 곳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주당 1만4000원의 현금 배당을 하기로 했다. 지난해(1만1000원) 대비 27.3% 증가한 수준이다. 배당금 총액만 247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순이익(5670억원)의 43.6%에 달하는 액수로 창사 후 최대 규모다.
일부 상장사는 지난해 실적이 꺾인 가운데서도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 가까이 줄었지만 올해 주당 376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전년(314원)보다 오히려 늘어난 액수다. 성도이엔지와 브리지텍은 지난해 순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하지만 올해 일반주주에게 각각 주당 50원, 100원의 현금 배당을 하기로 했다.
최대주주보다 일반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을 주는 차등 배당을 결정한 상장사는 19곳이다. 오리온홀딩스, 에이스침대, 삼광글라스, 대한약품, 일진파워, 금호석유 등이 대표적이다. 오리온홀딩스는 최대주주에게 주당 250원, 일반주주에게는 650원의 차등 배당을 결정했다. 에이스침대는 최대주주에게 주당 700원, 일반주주에게는 1100원의 배당을 하기로 했다.
정관 변경을 통해 분기·중간 배당을 신설하는 상장사도 있다. 효성ITX, 디티알오토모티브,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이다. 디티알오토모티브는 중간 배당을, 효성ITX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분기 배당을 신설하는 안건을 올 주총에 상정한다. S&T그룹 계열사는 줄줄이 분기 배당 도입을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소각도
자사주를 사들이거나 처분하는 상장사도 잇따르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식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삼성물산은 갖고 있는 자사주 280만 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약 3100억원 규모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보통주 81만6000주를 장내 매수로 취득할 예정이다. 여기에 드는 돈은 452억8800만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보통주 93만 주(약 300억원)를 장내에서 사들여 소각하기로 했다. 휠라코리아, 하림지주, 한화솔루션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상장사들의 움직임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확산으로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선제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여 투자자들과 충돌을 피하려는 포석이란 풀이다. 하지만 과도한 배당은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단순한 배당 수준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가치를 극대화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