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왜 '한경 여론조사'에서 8.8%나 지지율을 받았을까?

입력 2020-02-24 11:27
수정 2020-02-24 15:12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한 '2020 총선 민심조사' 결과 국민의당이 8.8%의 지지율을 받았습니다. 입소스는 지난 20~21일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이는 리얼미터나 한국갤럽의 조사와는 크게 차이나는 수치입니다. 24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7~21일 여론조사한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2.3%입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한경 조사에 대해 "너무 차이가 나서 논평을 할 수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요?

한경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당의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에 투표할 것인지 구분해 물어봤습니다. 통상 유권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같은 정당을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조금 다릅니다. 선거법 개정으로 군소정당도 원내 진출이 쉬워졌습니다. 때문에 지역구는 당선 가능성이 있는 정당의 후보를, 비례대표는 실제 지지정당을 찍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경의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도가 지역구에서는 6.7%, 비례대표에서는 8.8%로 차이가 났던 이유입니다. 정의당의 차이는 더 컸습니다. 정의당은 지역구 지지율은 6.7%였지만, 비례대표 지지율은 12.2%였습니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은 어떨까요? 두 조사기관 모두 단순히 지지 정당을 묻습니다. 리얼미터의 질문은 '어떤 정당을 지지하거나 약간이라도 더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까'입니다. 한국갤럽의 질문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입니다. 한경은 '지역구 국회의원 의원 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와 '비례정당 투표시 어느 정당에 투표하시겠습니까'를 물었습니다.

보기에서도 차이가 났습니다. 한경은 '안철수 전 의원 등이 창당하는 국민의당'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미래통합당과 민주통합의원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등이 합친 미래통합당'으로, 민주통합의원모임은 '바른미래, 대안신당, 평화당 등의 민주통합의원모임'으로 밝혔습니다. 비례대표 정당 질문 시 미래한국당의 경우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전담 정당인 미래한국당'이라고 했습니다.

입소스 관계자는 "지지 정당의 창당이나 합당 여부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당명을 모르는 응답자를 위해 정보를 제시한 것"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검토 결과 부연설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리얼미터나 한국갤럽 조사의 보기는 또 다릅니다. 리얼미터는 국민의당만을 제시합니다.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새보수당, 전진당이 합친 미래통합당'으로 밝힌 것과는 다릅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우리공화당, 민중당보다도 후순위인 9번째로 보기가 제시됩니다(지난 19일 tbs 의뢰 기준).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는 6번째 보기로 '가칭 안철수신당'으로 제시됐습니다. 선관위가 안철수신당 명칭을 불허하기 전 조사이기 때문입니다.

조사 방식에서도 한경 조사와 다른 기관과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경은 100% 전화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사람이 직접 조사하는 전화 면접은 자동응답(ARS)보다 응답률이 높습니다. 한경 조사의 응답률은 13.5%였습니다. 전화 면접은 ARS보다 극단적인 답을 할 가능성이 적다고 합니다.

ARS로 90% 조사하는 리얼미터 응답률은 5.6%(지난 19일)입니다. 리얼미터는 10%만 전화 면접을 진행합니다. 100% 전화 면접으로 조사하는 한국갤럽의 응답률은 14.2%(지난 14일)였습니다.

여론조사는 질문과 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큽니다. 때문에 여론조사를 맹신할 필요도, 불신할 필요도 없습니다. 유권자가 현명하게 따져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위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